[이학영의 뉴스레터] "뉴스의 새로운 독법 제시…신선해요"

입력 2016-08-18 17:44  

100회 맞은 '큐레이션 저널리즘'

지난해 6월26일 편집국장 시절 시작…1년새 독자 500명서 1만6000명으로
베르디 오페라·리우올림픽 등 주제 다양…"성찰의 계기 됐다" 명사들 반응 쇄도



[ 오형주 기자 ] ‘이학영의 뉴스레터’가 지난 16일 100회(“그분들에게 진 빚을 잊지 마시오”)를 맞았다.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이사·전 편집국장)이 제시하는 뉴스의 독법(讀法)과 화두는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신선한 시도”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에 500여명에 불과하던 독자는 1년 새 1만6000여명까지 늘어났다. ‘큐레이션(curation) 저널리즘’(다양한 정보 중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 새로운 시각을 담아 정리해주는 것)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학영의 뉴스레터’는 이 실장이 한경 편집국장 시절인 작년 6월26일부터 국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메일링 서비스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에 걸쳐 편집국장이 직접 각계 명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경의 주요 기사를 소개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 실장은 “혹시 무심코 지나쳤을 수 있는 기사에도 새길 만한 관점과 메시지가 있음을 독자들과 함께 성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레터가 다룬 주제는 ‘베르디의 오페라’부터 ‘리우올림픽’까지 다채롭다. 98회(2016년 8월2일)에서는 한경에 게재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습관에 대한 기사를 과거 그와 점심을 함께하며 충격을 받은 개인적인 일화와 엮어 ‘관점의 혁신’이라는 경영의 지혜로 풀어냈다. 미국 뉴욕에서 9·11테러 당시 순직한 소방관을 기리기 위해 매년 열리는 특별한 마라톤 대회를 소개하면서 한국에도 성숙한 추모 문화가 필요함을 일깨우기도 했다(2015년 9월4일 21회). 때로는 무지와 편견이 낳은 ‘정치 포퓰리즘’을 날카롭게 비판해 공감을 얻기도 했고, 기사 대신 시(詩)와 소설의 한 구절을 언급하면서 독자에게 주변을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뉴스레터가 거듭될수록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각계 명사들은 회마다 답장을 보내 응원하고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일제 치하 독립운동에 가담한 캐나다인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를 기리는 뉴스레터(8월16일 100회)를 읽으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빚이 어디 이것뿐이겠느냐”면서 “(외국인 묘원에) 한 번 가봐야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작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가 소개되자 김 의장은 “내 글이 이렇게 훌륭히 언급되니 부끄럽기도 하고 고엽竪?하다”며 “정치인들이 시대 소명을 깨달아 기득권 진영논리에서 깨어나도록 계속 건필을 휘둘러달라”고 응원했다.

경제활성화법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 반대로 무산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글(49회)에 대해선 당사자이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벽 5시가 갓 넘은 시간에 “국장님, 잘 읽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답장을 보내온 일화도 있다. 이 실장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뉴스레터를 챙겨 읽는 박 의원의 부지런함에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레터를 통해 이 실장의 고정 팬이 된 경우도 많다.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단장은 매번 뉴스레터를 스크랩해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읽을 정도로 ‘뉴스레터광’이다.

이 실장은 “수많은 작품 중 단 몇 개를 골라 관객에게 소개하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비록 짧은 글이지만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지친 독자들에게 그날의 화두를 하나씩 던지고 기사를 읽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국내 언론에 없던 ‘뉴스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편집국장에서 물러난 이 실장은 “편집국에 있을 때처럼 뉴스레터에 집중하기 어려워 5월부터 주 1회로 줄였지만 여건이 되는 한 계속 글을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스레터는 한경닷컴(www.hankyung.com) 홈페이지 내 ‘이학영의 뉴스레터’ 코너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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