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 정치부 기자) 통일부는 지난 17일 “몇 주 전 런던에서 사라진 북한 외교관은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소속 태영호 공사(55)이며 그가 한국에 입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북한에서 탈출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에 해당하는 인물이기에 관심이 컸습니다. 정부는 정확한 가족 관계를 밝히지 않았으나 태 공사가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태 공사의 아내인 오혜선(50)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오혜선이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난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친인척이라는 겁니다.
태영호 또한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1971년 사망)의 아들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 공사의 형인 태형철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자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기도 하지요. 현재 정부 당국은 태병렬과 태영호가 진짜 부자지간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는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태영호와 오혜선 부부는 북한에서도 손꼽히는 ‘금수저’ 부부인 셈입니다.
태영호는 어 ?적부터 중국에서 유학해 외국어를 집중 교육받았으며 이후 서유럽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오혜선은 대외무역, 외자유치, 경제특구 업무를 수행하는 대외경제성에서 영어 통역을 담당했으며 2년 전 런던에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출신 성분’이 좋았기 때문에 부부가 모두 외국에서 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빨치산 혈통이기에 충성심에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태 공사의 탈북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김정은 통치 체제의 견고함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전의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에 대해서는 ‘납치’라고 주장할 수 있었어도, 북한 내 최고 엘리트가 가족과 함께 떠난 것까지 납치라고 주장하긴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후 다른 해외 파견 인원들의 탈북 도미노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에 김정은은 해외 외교관 가족들 소환, 해외 검열단 파견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군사 도발을 감행할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끝) /dirn@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