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사진)가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돈 풀기 정책만 고집하는 중앙은행이 경제 엔진을 위협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즉각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로스는 2010년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여러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등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고 언급하면서도 돈을 풀면 투자와 소비가 촉진될 것이라는 가정과 달리 “선진국에서 투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현금흐름이 개선됐지만 투자보다 자사주 매입에 열중하고 있다며 “13조달러어치에 이르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실물 경제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투자 부진 증거로 미국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로스는 “중앙은행 사람들은 이 사실을 단기적 예외로 치부하지만 일본 경제는 제로 수준의 금리가 대규모 선진국 경제의 ‘진짜 성장’을 거의 자극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일본화(化)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로스는 민간부문이나 정부가 거의 제로금리에도 돈을 빌려 투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재정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믿음이 너무 강하다는 점, 상식적인 최고재무책임자라면 저금리가 한계에 봉착해 ‘정상화’할 때 기업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아울러 “연금·보험 등 장기부채 보유를 사업 모델로 하는 업종이 저금리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일자리가 줄고 보험료가 오르며 연금 혜택이 감소하고 기업 부도가 증가하는 침체와 파괴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스는 “중앙은행이 더 강한 양적완화와 더 낮은 금리를 추구한다면 세계 경제 엔진은 더 빨라지는 게 아니고 털털대며 퍼질 것이므로 당장 통화정책 필터를 바꿔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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