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는 해프닝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수면하에 있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더민주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예상외의 대승을 거두자 내년 대선을 겨냥해 투쟁일변도인 과거와는 다른 중도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렇지만 중도· 비주류 의원과 당원들의 대규모 이탈로 소위 친노·주류세력이 더민주를 더욱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 이번 정체성 논란은 이른바 중도노선에 대해 내부 합의가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단 대표 후보자들의 인식문제만이 아니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뽑은 이후 더 适斂?제멋대로 갈 게 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종인의 더민주는 중도노선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그동안 보여준 게 없다. 사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더민주는 소위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지만 최근 의원들의 방중 강행에서 보듯 당론은 사드 반대다. 김 대표는 “사드 철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하면 과연 철회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울림이 없다. 책임 있는 정당이 중도를 공언했다면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쉬쉬하고 입을 가릴 게 아니라 그에 합당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중도론은 위장노선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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