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19일(06: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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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로 한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에 추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도한 사원 복지제도를 손보라는 요구가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의 반발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력 감축 카드를 빼 들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이달 들어 직원 50명을 추가로 구조조정하라는 요구를 알리안츠생명에 전달했다. 이는 전체 인력 950명의 5%를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 5월 알리안츠생명은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라는 안방보험의 요구에 따라 206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냈다.
안방보험이 이번에 추가 구조조정 카드를 빼든 것은 알리안츠생명 고비용 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퇴직금 누진제와 연차 휴가 제도를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노조의 반발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다. 알리안츠생명은 매년 통상임금의 2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쌓아주고 있다. 통상임금의 1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쌓아주는 관례에 비춰 과도한 복지혜택이라는 게 안방보험 측의 주장이다. 또 누적되는 연차 휴가 일수에 상한이 없는 복지혜택에도 안방보험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 인수계약을 체결한 안방보험이 4개월째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은 최대 두 달까지 연차휴가를 보장받고 있다”며 “안방보험은 복지제도 축소 및 인력 추가 감축 중 한 가지는 해결돼야 인수 협상 마무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고비용 구조를 줄이기 위해 퇴직금 누진제 개선 등 노조와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각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추가 인력 감축 요구가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인수 계약을 파기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 노조 등을 감안할 때 추가 구조조정은 알리안츠생명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여서다.
게다가 알리안츠생명 인수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이 당초 예상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방보험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 측은 최근 진행한 정밀 실사 결과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의 영향으로 알리안츠생명에 추가로 투입해야 할 돈이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수계약 체결 당시 예상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 경우 전년 기준 자산의 15% 이하로 제한된 중국의 해외투자 규정을 초과할 가능성도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약 3000조 가량 줄어드는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국 자본의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 탓에 중국 정부가 해외투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안방보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김일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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