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갈등과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주주와 경영자, 경영자와 실무자, 조직과 고객 등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어서다.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인다.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와 감시를 한다. 하지만 제도나 시스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윤리 경영과 인성이 중요한 이유다.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는 자산운용사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 회사는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얻는 수익, 영업을 하면서 제3자로부터 획득하는 이익, 임직원들의 보상 체계 등을 상세하게 문서화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투자자와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충돌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공개하면 고객이나 투자자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수월해진다. 기업의 이 같은 노력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바탕이 된다. 고객의 신뢰가 있어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프라이빗뱅커(PB)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기업이 부여한 이익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고객의 재산 증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기업에서 부여받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PB들은 고객의 재산 증식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지식과 능력의 한계로 불가피하게 고객에게 손실을 끼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눈앞의 수수료 수익 등으로 인해 고객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해서는 장기간 업무를 하기 어렵다.
PB로서 판단이 모호할 때는 ‘본인이나 본인의 가족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유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PB에게 정직함은 실력이다. 고객을 우선순위에 둔 자산관리 전략이 반복되면 2~3년 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고객에게 외면받는 PB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은 없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자산관리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단순한 외형 성장과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허수 실적만 부추기는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조금은 늦더라도 ‘자산관리’라는 본질에 충실한 영업을 계속한다면 한국의 자산관리 사업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한국 자산관리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고 금융업의 본질을 되새겨야 한다는 얘기다. 김현식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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