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우 수석 관련 발언 주목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주말인 지난 20일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서울 용산 CGV 영화관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겨냥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는 것은 국기(國基)를 흔드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지 하루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영화관에 입장했다. 티켓을 예매한 일반 시민들과 홍보·경제·교육문화·미래전략 등 4명의 수석비서관, 대변인, 청와대 행정인턴들과 영화를 감상했다. 우 수석은 오지 않았다. 영화를 본 뒤 박 대통령 앞줄에 있던 여성 관람객이 뒤를 돌아보며 “대통령님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에서 영화를 본 건 지난 5월 북한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를 감상한 뒤 3개월 만이다.
우 수석 논란 속에 박 대통령이 ‘안보 영화’를 본 것은 우 수석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인천상륙작전 관람은 호국영령의 정신을 한 번 더 되새기고 북핵 위협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관람이 최근 ‘안보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보위기에 대응한 국민 단합을 역설하고 지난 18일엔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인 인천 월미공원을 방문, 해군 첩보부대 충혼탑에 참배하는 등 안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영화 관람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 것은 우 수석을 둘러싼 정치 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한 참모는 야권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의 거취 여부에 대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내통하고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 ‘정권 흔들기’를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집권 후반기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해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우 수석 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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