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 이상 체육시설만 금연
제재 근거없어 공공연히 흡연
"매출 타격 받는다" 업주 반발에
3년째 금연구역 지정 표류
[ 강경민 기자 ]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청담동 A빌딩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뿌연 연기와 함께 매캐한 담배 연기 냄새가 진동했다. 당구 점수판이 걸린 테이블 곳곳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고교생으로 보이는 10대 청소년들이 담배 연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구를 치는 모습도 보였다.
같은 시간 여의도동 B빌딩 스크린골프장. 좁은 공간에서 직장인 3~4명이 담배를 피우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자 재떨이에 담배를 놓아두기 바빴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 손에는 맥주컵을, 다른 손에는 담배를 들고 연신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2013년부터 공공장소를 대상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은 별다른 규제 없이 금연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간접흡연에 따른 피해와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 6월부터 공공기관과 학교를 비롯해 일반음식점, PC방, 만화방, 카페 등 공중이용시설을 금연 맙だ막?지정했다. 시민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들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은 공중이용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흡연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현행법상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은 체육시설로 분류된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은 10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하는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피워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게 지자체 설명이다.
최근 들어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비흡연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지상인 서울 지하철역 입구 10m 이내 지역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마당에 밀폐된 공간인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이 금연구역에서 빠진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과 고령자들도 당구장을 자주 찾는 상황에서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올 4월 당구장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평균 63.1㎍으로 일반음식점(1.5㎍)의 42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인 25㎍보다 2.5배 이상 높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당구장은 2만2456곳으로 10년 전인 2006년 말(1만8639곳)보다 20% 넘게 늘었다. 스크린골프장도 지난해 8000개를 넘어서면서 10년 전에 비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4년부터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3년째 표류 중이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련 업주와 흡연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복지부와 국민안전처는 4월 열린 제3회 법질서·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되,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강경민 기자 / 정석현 인턴기자(동국대 4년)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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