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주 뚝심투자…수익률 '金메치기'
IT업종 꾸준히 매입 '효과'
평균 투자기간 10년 이상
설정액 2천억…소형주 투자 유리
[ 송형석 기자 ]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9년째 운용하고 있는 ‘신한BNPP해피라이프연금펀드’는 언뜻 보면 인기 없는 종목만 골라 담는 펀드로 비친다.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소외주를 긴 호흡으로 투자하면 언젠가는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운용진의 투자 철학 때문이다. 이 펀드는 평균 투자 기간이 10년 이상인 연금전용상품으로만 나와 있다.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뚝심 있는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 신한금융그룹 직원들의 가입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IT붐으로 기사회생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펀드는 수익률 바닥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7월엔 최근 1년(2014년 8월~2015년 7월) 수익률이 -14%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화장품주나 바이오주처럼 실적이나 보유자산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주식들이 득세하는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펀드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초부터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정보기술(IT) 부품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펀드수익률이 빠르게 올라갔다. IT 관련주들이 내재가치에 비해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전략이 빛을 봤다는 설명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이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0.83%다. 전체 주식형 펀드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성과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8.44%로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83%)을 6%포인트 이상 웃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를 4.33%(3개월 전 포트폴리오 기준) 담고 있다. 엘오티베큠(3.27%), 나노신소재(2.95%), 텔세미콘(5.84%)과 같은 IT 장비주 비중도 높은 편이다. 이 종목들은 올 들어 적게는 10%, 많게는 80% 이상 주가가 뛰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진공펌프를 생산하는 엘오티베큠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85.71%에 달한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매니저는 IT 업종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와 기계, 드론 등 IT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정 매니저는 “지난해까지 화장품과 소비재 업종이 각광받았던 것도 2012년 이후 중국 정부가 내수부양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의 관심이 IT 업종으로 돌아선 만큼 기술주들의 몸값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건 맞으면 건설주 등도 편입
이 펀드는 잡식성이다. IT 부품주 외에도 동원개발(펀드 내 비중 8.28%)을 비롯한 건설주, 롯데케미칼(3.16%) 같은 화학주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주식의 덩치도 가리지 않는다. 중소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KT나 SK와 같은 시가총액이 큰 종목도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렴하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얼마든지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매니저는 “펀드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가치주펀드들은 덩치 때문에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기 어렵다”며 “해피라이프연금펀드는 설정액이 2000억원 안팎 선인 만큼 소형주 투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채권을 섞을 수도 있다. 주식형뿐 아니라 주식혼합형과 채권혼합형 등의 상품이 나와 있다. 운용보수는 연간 0.54%이며 판매보수는 판매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수탁보수 등을 포함한 총 보수는 연 1.4~1.5% 안팎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