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 시설이 랜드마크
럭셔리 쇼핑몰·셰프 매장
관광객 6년새 55% 급증
1만3000개 일자리 창출
[ 김순신 기자 ]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20분가량 달리자 배 모양의 수영장을 머리에 얹은 200m 높이의 빌딩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2010년 문을 연 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마리나베이샌즈(MBS) 리조트다. 컨벤션센터 1층 전시장 한쪽에선 직원들이 공연 무대를 설치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리스트 부 MBS 부사장은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시장을 때에 따라 공연장 등으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며 “호텔로 유명해졌지만 MBS는 프리미엄 쇼핑몰, 카지노, 컨벤션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리조트”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클럽…변하는 전시장
호텔과 연결된 MBS 엑스포·컨벤션센터 규모는 축구장 16개 크기인 12만㎡에 달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3만4567㎡)의 3.5배다. 4층에 있는 그랜드볼룸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8000㎡로 1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꺼번에 6600명이 식사할 수 있다. 지상 4층, 지하 1층 등 총 5개층에선 동시에 250개의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행사를 열 수 있다.
조지 타나시예비치 MBS 대표는 “마이스 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행사와 관계없이 시설을 찾는 유동인구가 많아야 한다”며 “시설의 목적을 하나로 특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BS는 지난해 9월 포뮬러1(F1) 대회 일정에 맞춰 지하 1층 전시장에서 글로벌 일렉트릭 음악 축제 ‘로드 투 울트라’를 열었다. 타나시예비치 대표는 “로드 투 울트라 행사에 몰린 사람만 1만1000여명”이라며 “전시장이 세계 최대 클럽으로 변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3층으로 들어서자 브레게, 피아제 등 고급 시계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간판 매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텔과 극장을 잇는 1000m 통로 양쪽으로 펼쳐진 MBS 쇼핑몰엔 루이비통 등 270여개 프리미엄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다. 부 부사장은 “파리 본점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루이비통 매장 등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이 입점해 있다”며 “쇼핑몰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고든 램지 등 세계적인 셰프들의 매장 20개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1만3000개 일자리 창출
MBS가 2010년 문을 연 뒤 싱가포르 마이스 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제협회연합(UIA)이 집계한 싱가포르의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2009년 689건에서 지난해 736건으로 증가했다. 싱가포르는 벨기에 브뤼셀(665건)과 서울(494건)을 따돌리며 세계 1위 국제회의 개최 도시 자리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9년 980만명에서 지난해 1520만명으로 6년 새 55%가량 늘어났다. 싱가포르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장이나 마이스 참가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50만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23%를 차지한다.
MBS는 1만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을 더하면 1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타나시예비치 대표는 “MBS는 싱가포르 정부에 매년 8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한국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마이스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싱가포르=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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