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산악 동호회 회원이 아니다. 국내 최대 산업공구 유통기업인 크레텍 직원들이다. 신입사원부터 최영수 회장(사진)까지 모든 임직원이 함께하는 극기훈련에 참여한 것. 10시간을 손전등과 동료에게 의지해 행군하는 부대처럼 산을 넘고 해수욕장과 강 등에서 래프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극기훈련은 벌써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전 임직원이 극기훈련을 하는 것은 창업자 최 회장의 철학 때문이다. 최 회장은 1971년 자전거에 공구를 싣고 다니며 파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극기정신으로 국내 최대 산업공구 유통기업을 일궜다. 올해 예상 매출은 4000억원. 공구상은 직원 30명을 넘길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직원 600여명의 회사로 키워냈다.
체계화되지 않은 산업공구를 분류해 12만가지 공구 정보가 담긴 카탈로그를 발행했다. 업계 최초로 표준가격제와 바코드 시스템 도입, 전자주문 및 제품 정보 디지털화까지 모두 최 회장이 이룬 성과다. 그 결과 2009년 우수자본재개발 유공기업, 2011년 국가품질상 등을 받았다. 최 회장은 항상 “몸과 마음을 극복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업의 핵심 노하우인 극기정신을 임직원에게 심어주고 싶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불황에도 크레텍 매출이 줄어든 해가 한 번도 없던 것도 극기훈련의 결과라고 최 회장은 생각한다. 최 회장은 “훈련을 통한 팀워크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왔다”고 했다.
직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20회 넘게 극기훈련에 참여한 이명숙 해외마케팅팀 차장은 “몸은 힘들지만 성취 후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우리 삶 자체가 ‘극기’라 생각한다. 동료와 함께 훈련을 이겨내면서 어떤 어려움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올해 두 번째 극기훈련에 참여한 이대훈 계장은 “숨이 턱에 차오를 때는 애사심이 싹 사라지고 원망만 들었다. 그러나 산행을 모두 끝내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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