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다

입력 2016-08-24 18:23  

"회사의 지휘·감독받지 않는 독립된 자영업자"…퇴직금 지급의무 없어

특수직 근로자 직종따라 '희비'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제공 여부가 중요한 잣대



[ 김인선 기자 ] ‘야쿠르트 아줌마(위탁판매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임금을 목적으로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판단 근거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은 1만3000여명에 달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한국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던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정씨는 200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한국야쿠르트 위탁판매원으로 일했다. 그는 계약이 끝나자 회사에 퇴직금과 밀린 연차수당을 합친 2993만여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정씨는 “회사로부터 고객관리와 영업활동 지침을 받는 등 종속관계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야쿠르트 판매원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 뒤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법원은 “정씨는 일반인에게 야쿠르트를 팔면서 근무장소와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등 회사의 지휘·감독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정씨는 매일 판매할 제품의 종류와 수량을 알아서 결정했고, 업무 과정에서 잘못을 하더라도 회사가 어떤 징계나 제재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하급심의 판결을 그대로 따르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직종별로 엇갈린다. 앞서 법원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덤프·화물차 차주 겸 운전기사, 보험모집인, 방문판매회사 판매대리인, 대리운전기사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 대학 시간강사, 대입학원 담임강사, 미용학원 강사 등은 대체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추세다. 신문판매 확장요원, 방송사 소속 관현악단 단원, 수영장 전속 운전기사, 방송사 드라마제작국 외부 제작요원, 오토바이를 소유한 퀵서비스 택배 종사자 등도 법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한국야쿠르트를 대리한 기영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위탁회사의 조직 내부로 편입돼 강한 구속을 받아 일했으면 근로자로 인정되지만 이번 사례처럼 독립 자영업자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 제공자가 여기에 구속받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愎募?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계약 형태가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는 부차적인 요소다. 예전에는 고정급을 받았는지도 중요 잣대였지만 최근에는 계약 건별로 보수를 받아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추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해당 근로자는 퇴직금,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시간외수당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기업은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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