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단테의 지옥

입력 2016-08-25 19:01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탈리아 지진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망자만 하룻새 수백명으로 늘었다. 마을 전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파괴됐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36분에 일어난 참극이어서 피해가 컸다. 바캉스 막바지에 몰린 휴가객도 많았다. 부상자와 목격자들은 너무나 참혹한 광경에 “단테의 ‘지옥’이 따로 없다”며 울부짖었다.

중장비가 접근할 수 없는 산악 지대여서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느라 구조도 늦어지고 있다. 지진 진앙지가 지표면과 가까웠던 점 또한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진앙지는 지하 1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 달 전에 있었던 규모 4.1 지진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파괴력이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이탈리아는 지각의 움직임이 유독 활발한 지진 위험지역이다. 반도의 뼈대인 아펜니노 산맥에서는 강한 진동이 자주 감지된다.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맞물리는 지역인 데다 양쪽 판이 매년 2.5~5㎝씩 이동하는 바람에 지표면이 더 불안하다. 이번에 지진이 난 페루자 지역은 그중 특히 심한 곳이다.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섬 사이의 티레니아해 분지가 확장하면서 유라시아판을 밀어내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낸 것은 1908년 시칠리아 섬에서 발생한 규모 7.2 지진이다. 당시 8만2000여명이 숨졌다. 7년 뒤에는 중부 아베자노에서 규모 6.5의 지진으로 3만2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7년에도 아시시의 규모 6.4 지진으로 11명이 숨지고 주택 8만채가 파괴됐다. 비극은 이번 세기에도 이어졌다. 2009년 4월 라퀼라의 규모 6.3 지진으로 295명이 숨지고 5만5000명가량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고대 유적을 자랑하던 도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2012년에도 모데나 지진으로 24명이 사망했다.

지진 재앙은 화산활동과 맞물려 있다. 서기 79년 로마 제국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폼페이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할 악몽으로 남아 있다.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불안한 지각 움직임의 한 증거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은 ‘쉬지 않고 몰아치는 불폭풍’과 ‘끝없는 통곡의 우뢰를 모아 둔 고통스런 심연의 골짜기’였다. 그곳에는 탐욕자와 위선자, 돈의 노예가 된 수전노와 낭비벽에 찌든 사람, 배신자와 위조사범들이 들끓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주민들과 선량한 휴가객들을 덮친 이번 지진이야말로 그보다 더 끔찍한 생지옥이 아닐 수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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