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호텔 전현직 경영자 배임혐의로 고발
이 기사는 08월25일(06:1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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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 벨레상스 호텔(옛 르네상스 호텔)을 매입키로 한 중견 건설업체인 VSL코리아가 잔금 납입기한을 한 달 더 연장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호텔을 헐고 쌍둥이 오피스 호텔 복합빌딩으로 재건축 하려는 VSL측의 계획에 대한 호텔 노동조합의 반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016년 8월9일자 A22면 참조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벨레상스 호텔 인수 측인 VSL코리아와 자금 모집을 맡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은 조만간 잔금 납입을 뒤로 늦춰달라고 매각 측에 요청할 계획이다. 기존 마감 기한은 9월 6일로 이를 10월로 한 차례 더 미뤄달라는 것이다. 매각을 대행하는 무궁화신탁의 한 관계자는 "별도 가산금을 받고 1달간의 자금 납입 기한을 연장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돼있다"며 "다만 우리은행 등 대주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VSL측은 무궁화신탁에 아직 정식으로 신청서를 보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VSL코리아 측은 자금 마련에 실패할 경우 계약금을 날리게 된다. 납입 기한이 연장에 성공하더라도 추가로 70억원 가량을 더 내야한다.
이 호텔 원 소유주인 삼부토건은 2000년대 들어 추진한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부실에 빠지자 2011년 우리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호텔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 5년여간의 수차례 공매 실패 끝에 지난 4월 VSL코리아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VSL코리아는 지난 5월 총 매입가 6900억원의 10%인 690억원의 계약금을 냈다. 애초 7월까지 잔금 총 6210억원을 더 내야했지만 VSL측은 두 달간의 기간 연장을 신청한 바 있다.
기존 호텔 매각 작업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왔다. 멀쩡한 호텔을 부수고 다시 지으려는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삼부토건은 2013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총액 1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노조 반발과 조건 협의 불발 등으로 최종 결렬됐다.
최근 VSL코리아 측의 재건축 안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노조의 반발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노조 관계자는 "설령 재건축 이후 고용승계가 이뤄지더라도 현재 객실 수가 줄어들어 500명의 근로자 중 절반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재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최근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원 벨레상스호텔 전 대표이사(전 삼부토건 부회장), 현 호텔 대표인 조남홍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전 현직 경영자들이 호텔을 담보로 부당한 대출을 받았고, 자금을 부당하게 대여해 호텔 경영 상태를 악화시켰다"며 "관련 증거를 오랜 기간 동안 수집해왔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고발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조남원 전 대표의 아들인 조창연씨가 재개발 사업을 명목으로 호텔 직원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있다고도 주장했다. 조씨는 VSL코리아 측이 설립한 시행사인 SLI의 '고문' 직함을 달고 이번 사업에 관여했다. 하지만 지난 한경 보도 직후 SLI 이상준 대표는 "조 씨를 해고했다"고 밝혀온 바 있다. 이후에도 조 씨가 노조 및 직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이 대표는 "조 씨와의 SLI와의 관계는 이미 청산됐다"며 "조 씨가 개인적으로 직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김태호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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