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따라간 앨리스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참 이상한 책이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의 몸이 마구 부풀었던 것처럼 이 책이 계속 퍼지고 있다. 인기 높은 책들이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 환상 문학의 효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책은 5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을 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10권이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앨리스 연필세트, 앨리스 샤프, 앨리스 아이폰 케이스도 나왔다. 키가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앨리스처럼 이 책은 여전히 제 맘대로 마구 뻗어가는 중이다.
애초에 앨리스가 책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루이스 캐럴이 직접 그림을 그렸으나 정식으로 출간할 때는 존 테니얼의 그림이 실렸다. 다른 나라에서 책이 출간될 때는 루이스 캐럴의 글에 그 나라 화가의 그림을 싣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때도 여러 화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이우일 화가의 그림이 담긴 책(2008년, 이레)이다. 지금 절판되었는데 현란한 색채와 풍자성이 강한 이우일 화가의 그림은 새로운 환상이 불쑥불쑥 떠오를 정도로 강렬하다. 이우일 화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이에게 창작의 기운을 불어넣는다고 평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조카나 동생에게 들려줄 오묘한 이야기가 떠올라 루이스 캐럴처럼 멋진 작가가 될 지도 모른다.

키를 자유롭게 조절해주는 신기한 버섯

몸이 콩알만 해졌다가 방안이 좁아 굴뚝까지 다리를 내놓아야 할 정도 커지기도 하는 앨리스, 목이 한없이 늘어나 ‘뱀’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키를 크게 만들기도 하고 작게 만들기도 하는 버섯을 발견한 뒤 자유자재로 키를 조절하면서 환상적인 탐험을 이어간다. 마구 횡포를 부리는 여왕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목을 쳐라!”는 소리를 듣고만 앨리스, 카드들이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앨리스에게 내리꽂힐 때 버둥대다가 깨어나 환상의 나라가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앨리스가 중간 중간 만나는 동물들과 사람들이 모두 특색있고, 여러 환경들도 독창적이다. 루이스 캐럴이 보트를 타고 가면서 즉석에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을 환상 속으로 인도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그림에 관심이 많아 여덟 명의 어린 동생들을 위해 직접 삽화를 그린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24년간 사진에 빠져 지낸 루이스 캐럴은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루이스 캐럴은 짧은 글을 쓰고 수학입문서를 낸 적은 있으나 서른 살까지 소설은 쓴 적이 없었다. 앨리스에게 주기 위해 쓴 <앨리스의 땅 속 모험>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바탕이 되었으니 첫 번째 소설이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환상의 나라로 인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더욱 멋진 환상을 창조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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