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란 유사시 양국 간 통화를 맞교환하는 계약으로, 일종의 국가 마이너스 통장이다. 외환보유액이 막대한 보유 비용을 유발하는 것과 달리, 통화스와프는 쓰지 않으면 비용도 없어 밑질 게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블랙스완’급 사태에 대비한 방파제를 하나 더 쌓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맞고도 막장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위안부 합의에 이어 통화스와프를 통해 경제·금융협력도 정상화한다면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물론 당장 통화스와프가 절실한 것은 아니다. 외환보유액이 3714억달러(7월 말)에 이르고 다자간 스와프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로 384억달러, 한·중 통화스와프로 3600억위안(약 60조원) 등을 확보해 놓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세 번째로 높은 ‘AA’(S&P 기준)로 오를 만큼 대외신인도는 양호하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저유가와 보호무역에다 브렉시트, 미국 금리 인상 등 앞날을 점칠 수 없다. 10년째 끌어온 제로금리·양적완화의 모순이 표면화되고 있다. 2010년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마당에 세계 최대 채권국인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유비무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한·일 통화스와프의 중단 과정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통화스와프를 정치적 갈등의 공연한 희생물로 삼았다. 아무리 국가 간 정치·외교 갈등을 빚더라도 경제까지 엮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드 배치와 한·중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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