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취향·개성 따라 드라마 소재 다양해져
납량특집→로맨스 귀신물·정통→퓨전 사극
'우리'(We)에서 '나'(I)로의 소비 변화가 드라마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두의 취향에 맞는 대중적인 것을 추구하던 사회가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함에 따라 새롭고 다채로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설의 고향'에서 '싸우자 귀신'으로 변한 귀신 드라마나 '불멸의 이순신'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바뀐 사극이 대표적인 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0년 226만에 불과하던 1인 가구는 지난해 506만으로 123% 늘어 전체 가구의 27.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수가 28% 증가했다는 점과 1990년 1인 가구수는 101만 미만이였음을 감안하면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가파른 수준이다.
통계청은 2030년 1인 가구 수가 7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소비 성향이 높은 30~40대에서 1인 가구가 특히 늘고 있다"며 "이들 1인 가구 내에서 소비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건 오락·문화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 족이 소비 시장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떠올랐다.
싱글슈머, 솔로이코노미, 포미족, 혼밥, 혼술 등의 신조어가 대거 탄생했고 이를 뒷받침하듯 솔로 영화관, 공연장, 1인 전용 노래방, 1인 술집 등이 등장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우리'에서 '나'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며 "다 함께 즐기는 소비에서 나 홀로 증기는 소비 문화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것을 요구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혼자이고 싶은 혹은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우리 현실은 일상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드라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간편하고 빠른 소비를 추구하면서도 다양하고 다채로워진 개인 취향을 반영해 새로운 소재를 다룬 장르물이 등장하는 것이다.
여름 단골손님이던 납량특집 드라마는 사라지고 '오 나의 귀신님' '싸우자 귀신아'(tvN) 같은 로맨스에 가까운 귀신 드라마가 대세로 떠올랐다.
사극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용의 눈물' '불멸의 이순신'(KBS) 같은 100부작 이상 대하사극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20부작 안팎의 짧고 트렌디한 퓨전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2일 첫 방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KBS)과 이날 시작하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MBC)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드라마 속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방영한 '프로듀사'와 현재 방영 중인 '함부로 애틋하게'(KBS)는 주인공 직업이 연예인과 PD이고, '38사기동대'(OCN)에는 세금징수공무원이 나온다. 올해 초 열풍을 불러왔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는 특전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1인 가구 증가는 경기 침체와 극심한 청년 취업난, 이에 따른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이런 어지러운 현실이 드라마에 투영돼 '미생'(tvN) '송곳'(JTBC) 같은 사회 드라마에서부터 '원티드'(SBS), '동네변호사 조들호'(KBS), '시그널'(tvN) 같은 다소 무거운 소재의 장르 드라마도 늘어났다.
김 연구원은 "'우리'에서 '나'로의 변화는 드라마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드라마 시장은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다루거나 현실 도피성 판타지를 꿈꾸는 식으로 소재가 양극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방영 예정된 드라마를 살펴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현실을 벗어나 판타지 세계로 뛰어드는 드라마가 많다.
'싸우자 귀신아' 후속으로는 1인 가구와 직장인 삶을 현실감있게 그려낼 '혼술남녀'와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가 방영된다.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 후속작인 '도깨비'와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 차기작인 '푸른 바다의 전설'은 각각 도깨비와 인어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장르물 甄?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