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상 사회부 기자) 2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인 송창수 씨로부터 재판부 로비 명목 등으로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최 변호사의 혐의를 놓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한 자리였는데요.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되기 전 판사가 최 변호사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의사가 없는지 재차 물었습니다. 최 변호사는 대답 없이 고개를 저으며 거부 표시를 했습니다. 이미 최 변호사는 지난 6월 13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의사가 있느냐”는 판사 질문에 “없다”고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신청하도록 돼있습니다. 피고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만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최 변호사는 준비기일이 열리기 이전에 이미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셈이었죠. 판사는 이를 알고도 두 번이나 더 같은 질문을 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첫 공판준비기일 때 한번 묻고는 끝나는 질문인데 또 다시 했다는 건 이례적이죠. 재판부가 왜 그랬을까요?
법원이 국민의 관심이 몰리는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2008년 도입한 국민참여재판은 내년에 시행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신청률은 2.6%에 불과합니다. 철회한 사건을 제외하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심원 평결을 받은 재판은 지난해 203건에 불과하죠. 국민참여재판이 사실상 빛을 잃고 있는 상황인겁니다. 최유정 변호사 사건처럼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다면 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요.
판사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판결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덜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참여재판이 열리면 배심원들은 평결을 내리고 판사는 이를 참고해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배심원 평결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국민 상식이 법에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판사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 변호사 사건처럼 국민 여론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판사가 국민의 생각과 다른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 변호사가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요.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재차 묻는 판사의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재판부 로비 명목의 100억원대 수임료를 받았다는 혐의로 피고인이 된 전직 부장판사. 그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 하는 현직 부장판사의 속내야 얼마나 씁쓸하겠습니까.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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