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종목 1156개 중 올들어 743종목 주가 하락
대형주 쏠림현상 지속
내년 초까지 부진 이어질 듯
[ 김동욱 / 김우섭 기자 ]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중소형주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대형주 위주의 외국인 순매수로 소외된 중소형주는 중소형주 펀드 대량 환매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는 중소형주가 반등의 실마리를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밖 대외변수 ‘직격탄’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를 덮쳤다. 코스닥지수는 29일 전 거래일에 비해 16.85포인트(2.48%) 하락한 663.58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6월24일(32.36포인트) 이후 두 달여 만에 최대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0.25% 빠진 점을 감안하면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미국 금리 인상 우려의 충격파를 더 세게 맞은 셈이다. 지난 16일 코스닥지수 700선이 무너진 뒤로 10거래일 만에 41.60포인트(5.90%) 빠지면서 ‘코스닥 700 시대’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16일 이후 전체 지수가 0.88% 하락하는 동안 중형주지수는 3.76%, 소형주지수는 4.08% 떨어졌다. 덩치가 작은 종목일수록 낙폭이 컸다. 당초 중소형주가 대외변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중소형주 부진은 업종과 시가총액을 가리지 않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 1156개 종목 중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전체의 64.27%인 743개에 달했다. 주가가 10% 넘게 하락한 종목만 245개나 됐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사정은 비슷해서 시가총액 2조원 이상 종목은 6월 말 6개에서 8월26일 5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3조원 이상 종목도 3개에서 2개로 줄었고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1조3379억원 감소했다.
중소형주 부진으로 거래대금도 줄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6월 말 4조2652억원에서 29일 3조3496억원으로 줄었다.
증시 전문가들도 중소형주 투자 가이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언제쯤 중소형주가 반격할 수 있을지 전체적인 시장 전망에 손을 놓고 있다”며 “위기 타개를 주도할 뚜렷한 업종도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관·외국인 ‘눈 밖’에 난 중소형주
증시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부진의 이유로 연초 이후 계속된 중소형주 펀드의 대량 환매, 외국인과 기관 자금의 대형주 쏠림 현상을 우선 꼽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으로 중소형주 펀드에서 총 2670억원 규모의 환매가 이어졌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유입된 외국계 자금이 대형주에 쏠렸고 국내 기관 자금마저 소형주를 외면했다”며 “뚜렷한 기술혁신을 보이는 소수 종목을 제외하고는 수급상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영업이익과 매출 등에서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중소기업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금리 인상으로 돈줄이 조여지면 자본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 중소형주를 외면하고 중소형주 펀드에서 환매가 발생하는 구도가 바뀌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중소형주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김우섭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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