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핵잠수함

입력 2016-08-30 17:41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잠수함의 역사는 세 척의 ‘노틸러스(Nautilus)’호로 요약할 수 있다. 앵무조개란 의미의 노틸러스는 쥘 베른의 《해저 2만리》(1870년)에 등장하며 잠수함의 대명사가 됐다. 최초의 노틸러스호는 증기선을 실용화(1807년)한 미국의 로버트 풀턴이 영국과 전쟁 중인 나폴레옹에게 제안해 1800년 센강에서 진수한 잠수정이다. 이 잠수정은 길이 6.5m, 폭 2m로 돛대와 돛이 달렸고 잠행 중에는 스크루를 수동으로 돌리고 내부는 양초로 밝혔다고 한다. 2~4명이 타고 수중에서 4시간가량 버텼다고 한다.

1886년 영국에서 수면에서는 가솔린기관으로, 수중에선 축전지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개발해 노틸러스호라고 명명했다. 19세기 말 내연기관, 강철, 축전지, 잠망경 등이 개발된 덕이다. 뒤이어 디젤기관이 발명되며 잠수함은 대형화했다.

잠수함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1, 2차 세계대전 때다. 해양을 봉쇄당한 독일은 크기·속력·무장을 향상시킨 잠수함 1158척을 건조해 연합군의 군함과 상선을 5150척이나 격침시켰다. 경고 없이 어뢰를 쏘는 무제한 잠수함 작전, 급속잠항이 뛰어난 U보트로 해상전력의 열세를 해저에서 만회한 것이다.

전후에는 미뮌?개발을 선도했다. 원자탄 위력을 확인한 미국은 원자력을 이용한 핵잠수함(nuclear-powered submarine) 개발에 나서 1954년 최초의 핵잠수함 노틸러스호를 건조했다. 이 잠수함은 1958년 얼음으로 뒤덮인 해저 북극점에까지 도달했다.

핵잠수함은 핵무기 장착 여부와 관계 없이 핵분열 에너지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가리킨다. 산소 공급이 필요 없어 50일 이상 잠항하며, 시속 30~50㎞의 속도로 5만㎞ 이상을 이동할 수 있다. 1회 연료공급으로 지구 일주가 가능하다. 재래식 잠수함이 숨 쉬러 자주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고래라면, 핵잠수함은 무제한으로 바다를 누비는 상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을 계기로 국내에서 핵잠수함 도입론이 제기됐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개국뿐이다. 원전 강국인 한국이 개발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원자력함 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축우라늄 조달도 막혀 있다.

북한의 위협은 점점 고도화돼 간다. 바닷속 잠수함은 레이더나 인공위성으로도 감지가 불가능해 SLBM은 치명적이다. 공중방어용 사드 배치조차 이 모양인데 해저 방어는 어찌해야 할지.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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