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환 만든 '황실약방' 중국 동인당, 미국·유럽 의약품시장 공략 속도낸다

입력 2016-08-30 17:59  

중의약 세계화 나선 중국

348년 전 청나라 때 설립
1997년 상하이증시에 상장

정부 주도 중의약 육성 힘입어
해외 생산공장·R&D센터 짓고
5년내 중약국 200여곳 개설 목표



[ 베이징=김동윤 기자 ] 348년 역사를 지닌 중국 최대 중의약(中醫藥) 기업 동인당(同仁堂)이 해외 시장 공략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앞으로 5년 내에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최소 200개의 중의약국을 열고, 해외 연구개발(R&D)센터 및 생산시설도 세울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중의약 세계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 도전장

딩융링 동인당 부사장은 지난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과감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세계 의약품산업 중심지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중의약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딩 부사장은 이를 위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각 국가에 중의약 생산 공장, R&D센터, 중의학 클리닉 등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1669년 청나라 강희제 시대에 설립된 동인당은 1723년 황실에 약을 공급하는 황방으로 지정되는 등 중국의 대표 제약회사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우황청심환’의 제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안궁우황환, 대활락환 등 중국에서 ‘십대명약’으로 꼽히는 의약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동인당은 1997년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1%(2015년 기준)에 불과했다. 그동안 진출한 해외 시장이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에 집중돼 있었던 탓이다.

◆中 정부도 중의약산업 육성 나서

동인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부패 척결 정책의 후폭풍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 22.8%에 달하던 매출 증가율이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10%대로 뚝 떨어졌다. 고위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선물용 수요가 급감한 때문이다.

하지만 투여우여우 중국중의과학원 교수가 2015년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생리학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중의약에 대한 서구 국가의 관심이 높아지자 동인당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중의약 판매 체인을 인수한 데 이어 스위스에는 중의약 R&D센터를 세웠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는 중의학 클리닉을 열었다. 작년 10월에는 중의약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직접구매(직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별도의 해외 직구 사이트도 개설했다.

중국 정부도 중의약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국무원은 지난 2월 내놓은 중의약산업 육성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중국 전체 의약품산업에서 중의약이 차지하는 비중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중의학은 고대과학의 보고이자 중화 문명을 여는 열쇠다. 중의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세계 의학을 풍부하게 할 것”이라며 중의약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딩 부사장은 “우리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동인당이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선 적잖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서구 국가는 중의약에 쓰이는 각종 천연물을 의약품 재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각국 정부의 규제장벽을 돌파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딩 부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현지화를 이루기 위해 각국의 주요 연구기관 및 대학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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