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이동렬 변호사 "땀범벅된 생산직 보며 그들만의 고충 알게 됐죠"

입력 2016-08-30 18:00   수정 2016-08-31 05:56

해외연수 대신 기업 현장 택한 이동렬 바른 변호사

1년간 상신브레이크 사내변호사
작업복 입고 근로자들과 소통
공장 노동환경 생각보다 열악해
"회사-노조 간 가교 역할 할 것"



[ 김인선 기자 ] “국내 기업 파견 근무보다는 미국 로스쿨에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노동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게 노동 전문 변호사의 경력에 더 도움이 될 거야.”

이동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사진)가 지난해 7월 대구지역 중견기업 상신브레이크로 국내 연수를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보인 엇갈린 반응들이다. 로펌 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외 연수 대상자로 선발됐는데 그 기회를 포기하는 게 아깝다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연륜 있는 파트너급 변호사들은 잘한 선택이라고 격려했다.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하고 이 변호사는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가까이 상신브레이크 총무팀 소속 사내변호사로 일했다. 상신브레이크는 자동차 브레이크패드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중견기업이다. 직장폐쇄까지 겪은 ‘노사갈등 대표기업’에서 금속노조 탈퇴 이후 ‘노사상생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그가 대구로 향한 이유는 단순했다. “사측을 대리해 법률 테두리 안에서 사측이 제시한 새 방안을 시행하는 게 임무였어요. 법률 해석과 판례만 보고 옳으면 ‘고(go)’, 옳지 않으면 ‘스톱(stop)’이라고 결론 내렸죠. 가끔 의문이 들었어요. 법률적으로 옳은 일인데 왜 근로자들이 저렇게 극심하게 반발하는 걸까. 법률 밖에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회사 앞에 원룸을 얻었다. 넥타이는 옷장에 넣어놓고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근로자와의 벽을 허물고 싶었다. 의미 있는 경험도 했다. 노동조합 간부들이 생산직 근로자로 오해하고 자리를 합석하자고 나온 것이다. 기회를 놓칠 그가 아니었다.

그는 노동조합이 회사에 품고 있던 아쉬움과 불만, 요구사항, 해고 근로자 처리 문제 등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튿날 그는 전날 나온 이야기를 법률가 입장에서 정리해 사측에 전달했다. 물론 취재원 보호는 철저히 했다. 회사 역시 근로자의 이야기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직원과의 소통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책상에 앉아 상상하던 제조업 현장과 실제 모습은 어떻게 달랐을까. “서류만 뒤지던 제가 공장 라인에 들어가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제조업은 라인이 계속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마음대로 쉴 수 없습니다. 라인 전체에 차질이 생기거든요.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채 점심을 먹으러 나온 생산직원들을 보며 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상신브레이크만 해도 작업자 자리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 등 환경이 좋은 편인데도 그랬죠.”

현장에 가 보니 줄어드는 생산직 일자리 문제도 심각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조업 현장에서 관리직과 생산직 비율이 1 대 3은 됐다고 합니다. 이번에 가서 조사해 보니 1 대 0.8밖에 안 되더군요. 매출이 느니까 해외영업파트 등 관리직 수요가 많아졌고 여기에 더해 물량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기계를 들여온 결과지요.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인데 노동조합에서 고용 안정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함께 살기 힘들지 않겠어요. 우리 아들딸 세대를 위해서 말입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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