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옛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정부 승인 지연으로 제값을 못 받았다며 56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금융이 2012년 2월 론스타로부터 옛 외환은행 지분 51.02%를 3조9156억원에 인수한 지 4년여 만이다.
하나금융은 2일 옛 외환은행 최대주주이던 론스타 자회사 엘에스에프-케이이비홀딩스가 지난달 22일 국제중재재판소에 하나금융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중재신청을 냈다고 공시했다. 손해배상 신청 규모는 5억달러(약 5596억원)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인수한 뒤 8년여 만에 2조5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2012년에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도 외환은행 매각절차 지연으로 5조여원의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해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는 정부 승인이 지연되면서 옛 외환은행을 제값에 못 팔았다고 판단해 매수자인 하나금융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법률대리인을 선정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과 근거가 비슷하다. 정부 승인이 지연돼 옛 외환은행을 제값 받지 못하고 팔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로 승소한 선례가 없다”며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투자자에게 일종의 보여주기식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론스타와 1차 계약을 맺었다. 외환은행 주식 3억2094만여주(51.02%)를 주당 1만4250원(4조6888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의 승인이 지연됐다.
2011년 7월 매매 내용을 수정한 두 번째 계약을 맺었다. 이때 가격은 옛 외환은행 주가 하락분을 반영해 다시 산정됐다. 주당 1만3390원(4조4059억원)이었다. 2차 계약 후에도 승인 절차가 지연됐고 2011년 11월 최종 계약을 다시 맺게 됐다. 매각을 서두른 론스타는 2차 계약에 비해 4903억원이 낮아진 주당 1만1900원(3조9156억원)에 합의했다. 최종적으론 추가 대금 658억원도 받지 못하면서 5561억원이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손해배상 규모는 두 번째 가격 재산정 때 낮아진 가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난 뒤 2012년 말 “한국 정부의 차별 대우로 5조5500억원(약 46억795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ISD를 제기해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