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과 중국이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양국 간 현안인 세계무역기구(WTO) 시장경제 지위 획득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공식 비준 문제를 주고받는 ‘빅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측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앞서 3일 오후와 저녁 두 차례 회담을 하고 양국 간 경제·외교안보 분야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와 관련,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31일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직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공식 비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 상승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밑으로 유지하기 위해 회원국이 노력하고, 2023년부터는 5년마다 각국의 감축 이행실적을 점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이 협약을 공식 비준하면 협약이 구속력이 있는 국제조약 단계로 발전할 계기를 갖게 된다. 弔湛?4개월여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의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임기 마지막 해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철강 등 중국 일부 업종에서의 과잉 생산과 환율조작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날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철강 덤핑수출 문제와 기후변화협약 비준 등을 해결해주고 대신 자국의 핵심 현안인 WTO 내에서의 시장경제 지위(MES) 획득을 보장받는 딜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중국은 1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월11일 시장경제 지위 획득을 앞두고 있다. 시장경제 지위란 회원국이 시장 경제원리에 따라 국내 제품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중국은 아직 이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미국에서 반덤핑 소송을 당하면 중국 내 판매가격이 아니라 제3국의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덤핑률을 적용받고 있다. 더 비싼 3국 제품 가격과 중국산 제품의 수출가격 차이만큼 관세를 물기 때문에 불이익이 크다는 게 중국 측 불만이다.
중국은 오는 12월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만큼 시장경제 지위를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유예기간이 끝났다고 자동으로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EU가 중국의 철강 덤핑 판매 중지를 조건으로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동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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