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칼럼] 사드, 비겁한 태도에서 현명한 정책 나올 수 없다

입력 2016-09-04 18:17  

중국 외교술에 휘둘린 사드배치 논란
말도 안되는 시비 걸기에도 우왕좌왕
안보라는 핵심이익 단호히 밝혔어야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최종단계 고(高)고도 지역방어(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낙하 단계 초기의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사드는 탄두가 없고 자체의 운동에너지로 파괴한다. 따라서 재래식 탄두의 폭발 위험을 줄이고 핵탄두의 폭발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미사일 방어에 적합하다.

한국에 배치될 미군 사드는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체에 대한 방어 무기다. 그러나 중국은 그것이 중국의 ‘정당한 국가안보 이익들’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격 미사일의 레이더가 먼 중국 안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얘기니, ‘시비를 위한 시비’밖에 안 된다. 왜 중국은 그런 시비를 거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우리는 중국이 아직 공산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6·25전쟁에서 국제연합군과 싸울 때 지녔던 정체성을 그대로 지녔다. 이번에 한국인 ‘퀴즐링(quisling·부역자)’들이 놀랄 만큼 많이 나온 데엔 그들이 중국 공산?정권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정도 분명히 작용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정권과 우리 정권이 다르다는 사실이 그 점을 날마다 일깨워준다. 당연히 공산주의자들은 외교와 협상에서 자유주의자들과 판이한 행태를 보인다.

휴전협상에서 국제연합군 수석대표로 공산주의자들을 상대한 조이(C Turner Joy) 제독은 자유주의 진영에서 공산주의자들과 맨 처음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치열하게 협상한 사람이다.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무지가 협상을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회한에서 그는 회고록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를 썼다. 출간된 지 반 세기가 넘었지만, 거기 담긴 교훈들은 지금 오히려 생생하다. 공산당 정권이 통치하는 북한과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 시민들에게 이 책보다 더 소중한 교훈들을 줄 책을 나는 떠올릴 수 없다.

사드 배치를 문제 삼는 중국의 협상 방식은 조이 제독이 ‘훈제 청어(red herrings)’라고 부른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기본적 협상 기술 한 가지는 엉뚱한 논점을 도입해서 그것들을 흥정의 패들로 삼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배치를 막으면 물론 좋고, 막지 못하더라도 다른 논점들에서 양보를 얻어내면 된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국론을 분열시켰고, 한국에 ‘퀴즐링’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한·미동맹을 약화시켰고,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에 쏠린 관심을 한반도로 돌렸다.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어, 거둘 만큼 거둔 셈이다.

우리는 중국이 사드를 단독 의제로 삼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사드에 관한 논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너른 맥락 속에서 이뤄져야 옳지만, 중국은 그런 지적을 못 들은 척한다. 이런 협상 기술을 조이 제독은 ‘편향된 일정(loaded agenda)’이라 불렀다.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기본 목표들에 유리한 결론들로 이뤄진 일정을 추구한다.” 논의가 사드에 국한되면서, 북한의 위협이라는 본래 주제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미 우리는 협상에서 공산주의자들에게 진 것이다.

사드 배치에 중국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한국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1)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을 북한군의 현실적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미국의 조치이며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그 결정을 당연히 지지한다. 2) 사드 배치를 굳이 다룬다면, 북한군의 위협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루어야 한다. 3) 중국은 사드 배치를 초래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보다 진지하게 수행해야 한다. 4) 실제적 차원에서 살피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 포대들이 중국의 안보를 해친다는 주장은 상식에 어긋난다.

한국의 이런 입장에 중국이 아무리 거세게 반응했을지라도, 한국으로선 그편이 지금의 곤혹스러운 처지보다는 훨씬 나았을 터이다. 비겁한 태도에서 현명한 정책이 나올 수는 없다.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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