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IPO 계획도 접나
이 기사는 09월02일(17: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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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그룹이 1년여를 끌어온 킴스클럽 매각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막바지 세부 협상을 벌이다 중국 티니위니 사업부가 성공적으로 팔리자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것. 시장에서는 “이랜드그룹이 당장 급한 불을 껐을 지는 몰라도 시장의 신뢰는 다시 한번 잃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철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인수·합병(M&A) 총괄 상무는 2일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니위니 글로벌 상표권과 디자인, 영업인력 등을 중국 브이그라스(V-Grass)에 59억위안(약 9853억원)에 매각했다”며 “킴스클럽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인 KKR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무는 “그룹의 중요 자산 중 하나인 티니위니를 성공적으로 매각한데다 부동산 매각을 추가적으로 앞두고 있는 만큼 새로운 그림과 성장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티니위니 매각으로 1조원 가까운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지난 6월 말 기준 295%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0%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역, 합정역 인근 토지와 강남역 주변 부동산 매각까지 성사되면 재무구조는 더욱 좋아져 킴스클럽은 굳이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랜드그룹의 속내다.
킴스클럽 매각 철회 기류는 이미 지난 6월말부터 감지됐다. 당시 진행된 중국 티니위니 예비입찰에서 1조원 넘게 쓴 5개 회사를 적격예비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고 이랜드가 발표했을 때부터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이랜드가 보여온 행보를 볼 때 티니위니가 1조원대에 팔리면 킴스클럽 매각은 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류가 좀 더 구체화된 건 7월말이다. 이랜드와 KKR은 지난 6월 킴스클럽 지분 약 70%를 4000억원대에 KKR에 넘긴다고 합의한 후 7월31일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측이 거래를 끝까지 종료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일종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7월3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MOU 기한은 연장되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이후 양측은 거의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KKR 입장에서는 실사 중간에 손놓고 티니위니 매각 결과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초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때 어렵게 끌어들였던 협상 상대방을 상황 ?나아지자 내친 꼴”이라며 “자본 시장에서는 이랜드의 이런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티니위니 매각 직후 킴스클럽 매각 계획을 철회하자 이랜드가 내년초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IPO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차례 전례도 있다. 이랜드는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를 홍콩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2008년 추진하다 공모가격에 대한 불만으로 딜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막판까지 주관사 업무를 맡았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수개월동안 공을 들이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수수료 뿐 아니라 서류 준비와 로드쇼 등에 사용된 실비도 돌려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는 2012년에도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의 IPO를 추진했지만 이 역시 보류됐다. 이 과정에서 크레딧스위스는 주관사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딜을 도왔지만 역시 실비도 정산받지 못했다. 이 인연으로 올해 다시 추진한 차이나홀딩스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주관사로 선정됐지만 이번 티니위니 매각으로 프리IPO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IPO의 경우 2014년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에 IPO를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는 시늉만 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랜드는 IPO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연 2%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양측은 2016년 말까지 한국거래소(KRX)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고 약속했다. 청구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차후 상장을 포기하더라도 가삼금리를 물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상장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선임해놓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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