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전 기업 통계 없어
1년에 겨우 5건만 업데이트
대법원 사이트 자료 부실
[ 김태호 기자 ] “대법원 웹사이트 통계가 아니라면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별도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죠.”(대법원 관계자)
법원이 관리하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기업과 담당 판사의 수를 묻는 기자의 질문은 아주 기초적인 것이었다. 때문에 돌아온 대법원 관계자의 답변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도 특정 업무의 건수와 담당자 숫자는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에는 별도 시스템이 없어 전국 14개 지방법원에 일일이 물어봐야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5일 전국 14개 지방법원이 관리하고 있는 법정관리 기업 숫자는 총 1150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본지 9월5일자 A1, 4, 5면 참조
본지가 14개 지방법원에 직접 요청해 취합한 결과다.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법정관리 기업 숫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와 경쟁력 약화로 전 산업에서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일부 대기업에 국한됐던 법정관리 신청이 이처럼 확산된 데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가 많다.
법정관리 기업의 ‘경영자’ 역할을 하는 재판부가 담당 판사 숫자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시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법정관리 기업 숫자가 파악돼야 해당 업종 분석이 가능하고, 기업 회생을 위한 전략도 짤 수 있지 않을까.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대법원은 ‘대법원 웹사이트’에 이미 많은 자료가 공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신청 건수나 파산 신청 건수 정도뿐이다. 이마저도 2013년 이전엔 개인사건만 집계했고 기업 관련 통계는 없다. 대법원이 시장에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2010년 만든 ‘회생회사 인수합병(M&A) 공고 게시판’에는 1년에 불과 5건 정도만의 사례만 업데이트되고 있다.
시장의 지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관리인 선임 형태 등 회생절차와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꾸준히 대법원에 요청해봤지만 구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며 “지방법원도 일부는 집계가 되지 않아 시장에서 집계한 정보조차 정확한 수치라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진해운 STX조선해양 등 대기업들의 법정관리행으로 법정관리 제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법이란 점을 감안하면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법정관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산전문법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손놓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김태호 증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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