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요, 먼지 안날리죠"…청소기 직접 시연한 밀레 회장

입력 2016-09-05 18:12  

IFA 전시장서 '홍보맨' 자청
"4대째 가족 경영 체제 장점요?
단기 이익에 집착할 필요 없죠"



[ 남윤선 기자 ]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의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 전시장 내의 독일 가전업체 밀레 부스. 정장을 입은 중년 신사가 ‘블리자드 청소기’를 관람객 앞에서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었다. 명찰을 봤더니 ‘chairman(회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회장이다.

이 청소기는 이번 IFA에서 첫선을 보인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다. 밀레 회장은 청소기로 전시장 바닥을 청소하더니 먼지통을 분리했다. 그는 “먼지통을 두 개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미세먼지, 하나는 큰 먼지가 들어가는 통이다. 큰 먼지는 바로 통을 분리해 쓰레기통에 터니 툭 떨어졌다. 작은 먼지는 통을 물로 씻어 흘려보냈다. 그동안 이 회사의 청소기엔 모두 봉투가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소모품인 봉투를 사는 걸 귀찮아하자 봉투를 없앴다.

이 청소기의 또 다른 장점은 필터를 청소하거나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 밀레 회장은 “등산복 등에 쓰이는 고어텍스 소재를 필터에 적용했다”며 “1년에 한 번 ㅅ돋?물로 씻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고어텍스는 1만분의 2㎜ 크기의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는 섬유로 미세먼지 등은 막고 공기만 통과시킨다. 이 제품은 국내에 내년 9월 출시되며 가격은 70만~100만원대로 예상된다.

참신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나를 비롯한 임원들이 직접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써본다”며 “경영진인 내가 제품을 제대로 모르면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청소기 개발 때도 각기 다른 20종류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임원들이 써보고 장단점을 취합해 최종 제품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밀레는 20년 이상 쓸 수 있을 만큼 제품을 견고하게 제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밀레 회장은 이를 “가족 경영 체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단기 이익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멀리 보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기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4억9000유로(약 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베를린=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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