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세계관·경제관도 평가…깐깐해진 입사 자소서

입력 2016-09-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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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본인 성격을 점수로 매기면?"

주요기업 21곳 자소서 분석
구직자들 스펙 상향 평준화
성장과정·가족 등 묻기보단
삶의 경험 등 인생관 항목 많아



[ 공태윤 기자 ] 신입 공채를 진행 중인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항목이 바뀌고 있다. 과거 자소서 문항이 성장 과정, 가족 사항 등 지원자의 배경을 주로 물었다면 최근에는 지원자의 경험과 가치관을 묻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신에게 ‘하루(1일)’의 자유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코오롱은 “‘외향성·호기심·배려심·정서적 안정성·성실성’ 이란 단어에 대해 당신의 성격을 점수로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를 지원자에게 구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구직자들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평가 기준이 스펙에서 지원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최근 자소서 항목이 ‘에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하반기 공채를 진행 중인 주요 기업 21곳의 자소서를 조사·분석했다.

◆“잘하는 소통이란” “삶의 최고 순간은”

기아자동차는 자소서에서 입사 후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 뒤 어떤 선택을 할지를 물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내년 초 대리 승진을 앞두고 국가의 해외전문가 교육과정 공모가 떴는데 둘 중 어떤 선택을 할지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선택과 갈등의 상황에서 지원자의 창의적인 생각과 선택 기준이 어떤 것인지를 보고자 하는 의도다. 기아차는 또 ‘왜 당신을 기아인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도 질문했다.

광고기획사 이노션월드와이드는 “본인이 생각하는 ‘잘하는 소통’은 무엇이며, 본인만의 ‘잘하는 소통’을 위한 비결은 무엇인지”를 쓰도록 했다. 수많은 다양한 상황과 고객을 만나야 하는 광고업 특성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외에도 즐겨 읽는 책이나 잡지, 온라인 사이트가 어떤 것인지도 물었다. 현대건설은 지원자에게 ‘현대건설의 개선 및 보완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해 현대건설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와 현대건설의 개선 방향을 묻는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원자의 삶 중 최고의 순간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1000자 이내로 기술하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의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순간과 심장이 두근거렸던 순간을 만나고 싶어 이런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도전, 성공, 실패, 지혜, 배려, 행복’이란 제시어를 주고 지원자가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가치관을 서술토록 했으며, GS리테일은 ‘정직함에 대한 경험과 본인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랜드는 자소서 항목이 9개나 된다. ‘인생의 비전·인생 최대 성취와 사건·추천도서’ 등 20대 지원자들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원동기·직무동기 많이 물어

기업들은 개성있는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공통적으로 물은 것은 역시 ‘지원 동기’였다. 기아차는 “왜 기아인이 되고 싶은지와 당신을 왜 기아인으로 선택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지원자가 답변하도록 했다. 코오롱은 ‘협력·도전·목표·실행’이란 제시어를 가지고 지원자가 지원 동기를 적도록 했다. LG전자는 지원 직무와 관련된 지원 동기와 역량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다음으로 많은 자소서 항목은 ‘직무 역량’이다. 지원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했는지가 핵심이다. 모두투어는 지원 직무와 관련해서 새롭게 학습한 지식이나 기술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적도록 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지원 직무와 관련된 이력을 간결하게 나열하라”고 요구했다. 효성은 해당 직무와 관련해 대학 시절 수강과목, 교내외 활동, 남다른 지식이나 재능 등의 예시를 들어 설명하도록 했다. 이노션은 ‘지원 직무에 어떤 계기로 매력을 느꼈는지와 입사 후 어떻게 역량을 발휘할지’를 물었다.

국민은행은 “지원자가 생각하는 ‘은행원’이 무엇이며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를 지원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해외근무가 필수인 현대건설은 어려운 현장 근무를 극복하기 위한 본인만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에쓰오일은 지원자의 전공이 회사 사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물어 지원 직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지원자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협업 경험을 묻는 항목도 많았다. SK는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 생각 그리고 결과를 구체적으로 쓸 것”을 요구했다. 현대위아도 “타인과 협동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 갈등 극복을 위한 노력을 기술하라”고 적시했다. KT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협업 경험과 예상치 못한 문제의 발생으로 인한 해결 경험”을 지원자에게 질문했다.

공태윤 기자/김강영(고려대3년), 김민정(숙명여대4년) 인턴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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