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출신 사장 선임에 넥스콘 임직원들 '당혹'
"은행 낙하산 나쁜 선례 남겨"
유암코 지배구조도 낙하산 일색
사외이사 5명 중 4명, 은행출신
상근감사 자리는 정치권 몫
[ 좌동욱 기자 ] 다음달 출범 1년(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을 맞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당초 기대했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정책 취지와 다르게 대주주인 은행들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퇴직 임원을 주요 투자 기업에 ‘낙하산’ 임원으로 선임하는 ‘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왜 바꾸나
6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유암코는 7일 투자기업인 넥스콘테크놀러지 이사회를 열어 허세녕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할 예정이다. 넥스콘테크놀러지는 휴대폰용 2차전지 부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단기 자금 부족 등으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한 뒤 지난달 유암코에 인수됐다.
허 전 사장은 옛 주택은행 출신으로 국민은행에서 마케팅그룹 부행장까지 거친 뒤 계열사 사장을 지낸 은행 전문가다. 유암코는 윤모 전 국민은행 부장도 넥스콘테크놀러지의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 방침을 통보받은 넥스콘테크놀러지의 임직원들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가 지난달 지분 51%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긴 했지만 제조업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를 CEO로 선임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직전 CEO였던 이명호 사장은 지난해 7월 선임된 지 9개월여 만에 중도하차하게 됐다. 그는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STX팬오션의 중국법인 경영관리실장 등을 지내 넥스콘테크놀러지의 내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중국 사업을 확장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유암코가 은행권 출신 인사를 투자기업에 앉히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경영권을 인수한 세하의 CEO도 KB금융 계열사 부사장 출신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투자 기업에 대해 정당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CEO 교체인사를 단행하는 것”이라며 “신임 CEO는 회사 경영을 총괄할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전문성 여부와 별개로 앞으로 은행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선임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
유암코는 산업, 농협, 우리, 기업, 신한, 국민, 수출입 등 국내 7개 은행이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입김에서 자유 潭?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재 이사회를 구성하는 5명의 등기임원 중 4명(사외이사)을 대주주인 은행들이 선임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의 퇴임 임직원들이다. 지난해 10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유암코) 출범 당시 금융위원회가 “전문성, 독립성, 윤리의식 및 책임성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유암코의 상근 감사 자리는 2009년 출범 당시부터 정치권 몫으로 배정받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유암코를 통해 민간 주도 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채권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별도의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재원 확보 문제 등으로 부실채권(NPL) 전문업체인 유암코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암코는 지난 1년간 조선, 해운 등 공적인 역할이 필요한 업종의 구조조정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매물을 찾아 민간 사모펀드(PEF)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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