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것은 그런 국가 간 이해관계, 지정학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나라가 다름 아닌 중국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G20 정상회의는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현안이 걸리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일(一) 대 다(多)’ 구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다 보니 성과가 있을 리 만무했던 것이다.
주요 합의 내용이라고 제시된 것들이 대부분 그렇다.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강조됐지만 구조개혁이 가장 더디게 추진되면서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자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다자간 무역체제 유지’ 등의 합의가 모두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그렇다. 반(反)보호무역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중국의 덤핑이나 보조금 남용 문제가 가려질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덮어놓고 중국이 보호무역을 반대한다고 하면 무슨 설득력이 있겠나.
현안인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중국이 합의에 반대하면서 합의문의 표현조차 모호하게 변질되고 말았다. ‘철강 공급과잉은 세계적인 문제라는 인식 공유’ ‘철강 공급과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글로벌 포럼 설립’이라는 그야말로 하나 마나 한 합의에 그치고 만 것이다. 당초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은 이번 합의문에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 감축 노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점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국 철강업체의 덤핑 공세, 보조금에 의존한 좀비기업 연명 등이 시정되지 않는 한 전 세계 철강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다른 이슈들도 다를 바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리기후협약을 공동으로 비준했다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사드, 남중국해 등 갈등 현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점이 크게 부각됐다. 센카쿠 열도 문제를 둘러싼 중·일 대화에서는 시진핑이 일방적으로 퇴장해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라는 주어가 생략된 채 해수면 매립 문제라고만 적시됐다. 역시 주최국인 중국의 문제였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경제대국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확인시켜 준 셈이 됐다. 이들 문제는 중국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법과 호혜관계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패권주의로는 결코 리더십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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