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26) 경매고수들의 무용담은 그들 몫…"1년에 두 번 낙찰" 현실적 목표 세워야

입력 2016-09-07 16:27  

경매 실패하면 좌절감만 커져

일확천금 꿈꾸기보다
'스텝 바이 스텝' 전략이 좋아



시중에 나와 있는 경매 서적들의 제목을 보면 “얼마의 종잣돈으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식의 제목이 유난히 많은 걸 알 수 있다. 그 문구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종잣돈은 미미한데 벌어들인 금액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경매 입문자들의 오해가 생기기 시작한다. 오해에서 비롯된 높은 기대치는 경매 입문자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각인돼 경매초보를 지나 경매중수에 이르는 상당한 기간까지도 그들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한다.

500만원으로 몇 년 안에 50억원도 버는 마당인데 기껏 10억원이 대수인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정말 열심히만 하면 3년 안에 10억원쯤은 우습게 벌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정말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어느덧 권리분석을 정복하고 물건분석의 기본을 익힌 뒤 모의입찰을 해 보다가 드디어 실전. 한껏 부푼 자신감과 결연한 각오로 보무도 당당하게 법원에 들어서지만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찬 경매법정의 열기에 일단 한 번 기가 죽는다. 자신이 도전한 물건에 십수 명의 경쟁자가 몰려 턱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돼 버리면 가벼운 좌절을 또 한 번 느낀다.

십수 차례 쓰디쓴 패찰의 고배를 연속적으로 마시게 되면 3년 안에 10억원이 아니라 3년 안에 과연 10건이라도 낙찰받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이것은 평범한 경매 입문자들이라면 어느 시기까지는 늘 걷게 되는 보편적인 과정이다.

이런 과정이 보편적인 패턴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경매 입문자들이 처음 경매 책을 접했을 때 현란한 제목에 현혹돼 자신의 기대치가 스스로도 모르게 높아진 탓이다. 거기에 이끌려 자신의 능력 범위를 훨씬 넘어선 목표치를 설정한 탓이다.

그러나 경매고수들이 책에 써놓은 가슴 벅찬 무용담들은 우리의 잠자고 있던 정열을 일깨워 준 것으로 그 몫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자. 실제 3년 안에 목표한 10억원을 벌지 못해도 그동안 우리는 생생한 재테크의 방법과 원리를 접했다.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부동산 지식을 체득했으며, 비록 목표 달성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1년치 연봉을 벌어들였으니 경매계에 발을 디딘 보람은 충분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을 갓 졸업한 직장인의 평균 연봉이 3000만원이라고 하면 두세 건만 낙찰받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게다가 그 기간 우리의 마음속에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양됐고 남들은 모르는 부동산 지식과 법률지식으로 무장하게 됐으니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이유가 충분하다.

1년 안에 10억원도 좋고 10년 안에 100억원도 좋다. 자신의 능력을 가만히 들여다봤을 때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절대 그건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그런 웅대한 목표가 잠자고 있던 우리의 정열을 일깨워주고, 경매고수를 향한 험난한 여정을 의연하게 걸어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돼 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신이 평범하게 살아왔고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지금 회사에서 받는 연봉이 3000만원이니, 주말 동안 아내와 손 붙잡고 데이트하듯 임장 다니면서 1년에 딱 두 건만 낙찰받아 연봉 이상의 과외수입을 올려보자’라고 느긋한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소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제적 압박 없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돈, 그것이 1억원이든 10억원이든 그 돈이 마련되면 미련 없이 경매계를 떠나겠다는 생각도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 돈만을 쫓으며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일들이, 꼭 해봐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까닭이다.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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