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돈의문·궁궐·성곽 복원 힘들다"…일제가 허문 '비운의 경희궁' 복원 백지화

입력 2016-09-11 18:59  

조선 5대 궁궐의 하나 경희궁, 일제강점기에 자취 사라져
시 "복원땐 지하차로 만들어야"…주변 교통체증 등 우려로 반대



[ 강경민 기자 ]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경희궁 복원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일제가 훼손한 경희궁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복원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입장을 바꿔 예산 및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백지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돈의문을 비롯해 경희궁 담장 및 인근 한양도성 성곽을 복원하는 경희궁지 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며 “경희궁 옛 터 복원을 위한 인근 건물 이전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11일 밝혔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함께 조선 시대 5대 궁궐 중 하나였던 경희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궁궐의 자취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일제는 경희궁 내 전각(殿閣)을 헐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고, 궁궐 한복판에 방공호를 팠다. 1988년부터 경희궁 복원이 시작됐지만 2004년 중단됐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및 관할구청인 종로구는 2023년까지 각종 전각을 복원하고 인근 부지를 매입해 옛 궁궐 권역을 회복하겠다는 내용의 ‘경희궁지 종합정비계획사업’을 2013년 발표했다. 경희궁 옛 터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경희궁미술관을 연말까지 철거하는 게 복원사업의 첫 번째 단계다.

서울시는 경희궁미술관을 당초 계획대로 연말까지 철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술관 철거에 뒤따라야 할 복원사업은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경희궁미술관이 철거된 뒤 임금의 편전과 침전으로 쓰이던 각종 전각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술관이 철거되면 해당 부지에 전각을 복원하는 대신 다른 용도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의문과 궁궐 담장 및 한양도성 성곽을 복원하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현 새문안로에 있던 돈의문은 조선시대 서쪽 대문이다. 일제가 1915년 전찻길 조성을 위해 철거했다. 돈의문은 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 등 조선 시대 서울 사대문 중 유일하게 미복원 상태다. 돈의문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뒤 돈의문을 잇는 한양도성 성곽 및 궁궐 담장까지 복원하겠다는 것이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당초 계획이었다.

강북삼성병원 인근 새문안로 지상에 돈의문을 복원하려면 지하차도를 건설해야 한다. 최소 2년여간 도로를 통제한 채 공사해야 해 교통체증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돈의문 복원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도 서울시가 복원을 백지화한 또 다른 배경이다. 경희궁지 복원사업에는 당초 1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 중 70%는 정부, 30%는 서울시 예산이다.

서울시는 2013년 옛 경희궁 권역 회복을 위해 인근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교육청, 기상청 송월동관측소 등의 이전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돈의문을 비롯한 경희궁 복원 사업에 서울시가 교통 문제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경희궁을 복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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