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최초로 '스마트허브' 역할 냉장고
LG전자는 아마존 손잡고 음성인식 허브 선보여
보쉬·지멘스·소니 등도 시제품…한국업체 추격
[ 남윤선 기자 ]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정보기술(IT)과 가전제품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IFA) 2016’의 트렌드다. 각 가전업체는 적극적으로 IoT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3년 뒤에는 가전업계에서 IoT에 적응하지 못해 망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워지는 ‘로봇 집사’ 경쟁
스마트홈 시대를 맞아 경쟁이 가장 뜨거운 분야는 ‘스마트허브’다. 인터넷에 연결된 집안 내 모든 기기를 한번에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IoT로 작동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 늘어날수록 이를 모아 한번에 제어하는 스마트허브의 중요도는 높아진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음성에 즉각 반응하는 등 사용자와의 편리한 소통을 위해 갠돛?스마트허브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oT로 챙겨야 할 기기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복잡함을 해소해줄 스마트허브의 중요도가 커진다”며 “스마트허브가 집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미래에는 스마트폰만큼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한국 업체들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내놓은 냉장고 ‘패밀리허브’는 스마트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주방 가전이다. 식재료 보관과 주문, 요리방법 등 전자업계가 보유한 스마트허브의 기초 개념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LG전자가 6월 내놓은 ‘스마트씽큐 허브’는 IoT로 제어할 수 있는 가전을 대폭 확장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가전이라도 전용 센서만 부착하면 스마트허브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이번 IFA에서는 아마존과 제휴해 음성인식이 가능한 시제품을 내놨다. 아마존은 인공지능(AI) 비서 역할을 하는 스피커 제품인 ‘알렉사’를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보쉬와 지멘스, 소니도 IFA에서 시제품을 선보이며 추격해오고 있다. 모두 디스플레이에 표정이 나타나는 로봇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쉬와 지멘스가 공동 개발한 ‘마이키’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빔 프로젝트로 결과물을 내놓는다.
사용자가 “크림 스파게티 만드는 법”이라고 말하면 마이키가 주방 벽면에 제작 순서를 비추는 방식이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부르면 고개를 돌려 사용자를 바라보며 소통한다. 가전제품은 물론 TV와 오디오 등도 제어할 수 있다.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허브는 사용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제품인 만큼 친숙한 로봇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비슷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을 먼저 내놓은 만큼 축적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점점 커지는 스마트홈 시장
보수적이던 유럽 기업들도 모두 스마트홈 기능을 강조했다. 밀레와 지멘스, 아에게 같은 독일을 대표하는 가전기업들은 친환경 가전, 스마트홈 기능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밀레의 신제품 허니컴 드럼세탁기는 세제가 떨어지면 밀레 트윈도스(TwinDos) 시스템이 자동으로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메시지를 발송하고 사용자는 언제, 어디에서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간편하게 세제를 구입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공식 매체인 ‘IFA인터내셔널2016’을 통해 “스마트 홈 시장은 매년 60%씩 성장하면서 2020년에는 4억7700만개에 달하는 관련 기기가 각 가정에서 집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청자의 취향을 파악해 최적의 콘텐츠를 골라주는 스마트TV, 냉장실과 냉동실의 내용물을 인식하고 ‘오늘의 요리’ 레시피를 찾아주는 스마트 냉장고, 주인의 귀가 시간에 맞춰 청소를 끝내는 로봇 청소기 등이 대표적이다.
블레이크 코작 IHS 수석연구원은 “이번 IFA 2016에서는 스마트 홈이 안전과 보안, 기후변화, 가전, 에너지 절약 등 다섯 가지를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발전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기능을 알아서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오닐 가트너 리서치디렉터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각종 앱이 불필요해지고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말만 하면 될 것”이라며 “이미 일부 기능은 클라우드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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