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대기하다 30초 답변…기업인 국감 증인 최소화해야"

입력 2016-09-12 18:30  

경제5단체 공동 성명

국감은 기업 아닌 정책 감사
증인 몰아붙이기식 질의, 모욕적인 관행 개선해야



[ 강현우 기자 ] 경제계가 오는 26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 증인·참고인 출석 요청을 합리적으로 제한해 달라는 의견을 12일 내놓았다. 최근 일부 의원이 행정부 견제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기업인들을 불러다놓고 호통치거나 하루 종일 기다리도록 하고 질문은 1~2분 만에 끝내는 ‘갑질’을 벌여온 것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채택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기업인 증인 채택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계는 “국정감사는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피감기관 소속이 아닌 일반인 증인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인 심문도 사전에 고지한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해야 하며, 특히 증인에 대한 모욕이나 부적절한 질문 등의 관행은 개선해?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한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기업 대표들에게 아랫사람 대하듯 호통치면서 대답할 시간은 제대로 주지 않아 빈축을 샀다. 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축구 한·일전에서 어디를 응원하느냐”고 물은 의원도 있었다.

경제계는 무분별한 증인 채택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6대 국회(2000~2003년) 당시 평균 190명이던 일반증인 수가 19대 국회(2012~2015년)에는 320명으로 70%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기업인은 58명에서 124명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피감기관 증인을 포함한 전체 증인 수도 2347명에서 3482명으로 늘었다.

증인으로 불려와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 시간으로 1분도 채 얻지 못하거나, 아예 답변 기회조차 없이 돌아가는 기업인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국감에선 한 외국계 기업 대표가 해외 출장 중에 증인 채택 통보를 받고 국감일 하루 전 급히 귀국했지만 정작 국감장에선 1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30초 발언하고 돌아간 사례도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 등 여론의 관심을 받기 쉬운 증인을 불필요하게 출석시켜 자신이 주목받으려는 등 일부 의원이 국정감사권을 남용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기업인들이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되는지 여부가 정부의 국정운영 실태 점검보다 더 큰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국감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며 “새로 출발한 20대 국회 첫 국감은 정부 각 부처의 정책 목표와 예산을 점검하고 한국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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