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람 / 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 12일 오후 5시 39분
유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가 국내 4위 택배업체 로젠택배를 3000억원대에 인수한다. 지난 6월 독일 DHL, 미국 UPS 등 해외 물류 업체들이 본입찰을 포기하면서 매각이 무산된 지 3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는 로젠택배를 인수한 지 3년만에 투자금 회수(exit)에 성공하게 됐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매각을 추진해 온 베어링PEA는 우선협상대상자로 CVC를 선정했다. 그동안 또 다른 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칼라일이 인수전에 뛰어들어 세 재무적투자자(FI)가 동시에 실사를 진행해 왔다. 이중 우협에 선정된 CVC는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며 인수가는 3000억원대 초중반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르면 이번주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로젠택배는 자체 물류망을 갖춘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와 달리 화주와 개별 택배 업주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의 사업 구조를 갖춘 중견 택배 업체다. 앞서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1580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KGB택배 지분 75%를 250억원에 사들여 양사를 통합했다.
이후 베어링은 올해 초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에 나섰으나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 글로벌 물류업체인 DHL과 UPS, 국내 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선정됐으나 매각 측과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매각 측은 매각 가격으로 4000억원대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측 입장과 달리 인수자들은 현재의 에이전트형 사업 모델의 유지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다"며 "KGB택배 실적 개선 과제가 남아 있는데다 두 회사가 유기적 통합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점도 가격 인하 요소로 판단된 것 같다"고 전했다.
매각이 무산된 뒤 베어링 측은 당초 기업공개(IPO) 등 다른 엑시트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모펀드들이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재매각 작업이 진행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CVC는 딜 초기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보여 왔으며 매각 무산 뒤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를 위한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CVC측은 로젠택배의 택배 운송단가가 저렴한데다 KGB택배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딜은 지난해 CVC로 자리를 옮긴 임석정 회장의 첫 딜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20여년간 JP모간 한국대표를 지낸 임 회장은 작년 9월 CVC로 자리를 옮겼으며 1년만에 첫번재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에 성공하게 됐다.
정소람/유창재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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