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상장회사인 대한항공에 법정관리 기업을 지원토록 강요하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이사회가 배임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정부의 옥죄기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지원책을 마련한 모양인데, 과연 소액주주와 외국인주주들이 가만있겠나. 법원이 우선변제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돌려받을 길 없는 돈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한진그룹은 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 그동안 1조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왔다. 정부가 그래봐야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런데 다시 옛 대주주와 계열사의 책임을 묻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물류대란에 정부도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세계에 수십 척의 배가 묶여있고 그 여파가 당장 9월 수출 감소세로도 나타난다. 이 정도의 대란이 일어날지 몰랐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고 보면 왜 법정관리에 넣었는지 알 수 없다. 그 책임은 누구보다 정부에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물류대란 돌파구를 빨리 마련하는 일이다. 사재 출연은 그 책임을 전 사주에게 떠넘기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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