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500억 내놨지만…추가 '자금 수혈' 없으면 물류대란 장기화

입력 2016-09-13 16:12   수정 2016-09-14 05:34

갈 길 먼 한진해운 사태

하역비 최소 1700억 필요한데 대한항공 600억 지원 '물음표'
각국 법원 압류금지 조치도 더뎌…컨테이너선 79척·벌크선 14척 운항 중단
일부 화주들 "운송비 대신 낼테니 화물 가져가게 해달라" 요구도



[ 주용석 기자 ]
한진해운이 한숨 돌리게 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약속한 400억원을 13일 입금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당장 시급한 하역비 등에 이 돈을 쓸 계획이다. 하지만 이 자금만으로는 물류대란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원이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하다고 추산한 최소 비용(1700억원)은 물론 한진해운이 내야 할 각종 연체료(6100억원)에도 한참 모자란다. 어떤 형태로든 추가 ‘자금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안 풀리는 물류대란

지난 10일 미국 법원의 ‘압류 금지(stay order)’ 조치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한진해운 사태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현재 압류, 惇銖?거부 등으로 운항이 중단된 이 회사 선박은 총 93척에 달한다. 하루 전보다 2척 늘었다. 컨테이너선은 보유 선박 97척 중 79척의 발이 묶였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운항 중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추석 연휴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류대란을 풀려면 각국 법원의 압류 금지 조치와 한진해운의 연체료 납부가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지지부진하다. 한진해운이 현재까지 압류 금지 결정을 받아낸 국가는 주요 기항지가 있는 43개국 중 미국, 일본, 영국뿐이다. 싱가포르로부터는 임시 승인만 얻은 상태다. 정부가 미국, 싱가포르와 함께 ‘세이프티 존(거점항만)’으로 정한 독일에는 아직 신청서조차 못 냈다.

자금 확보는 더디다. 한진해운이 밀린 연체료는 총 6100억원에 달한다. 선박 임대료(용선료) 2400억원, 유류비 2200억원, 장비 임차료 1000억원, 유류비 500억원 등이다. 이 중 법원이 물류비용 해소에 필요하다고 추산한 최소 금액은 1700억원이다. 바다에 떠 있는 선박을 거점 항만으로 옮겨 하역 작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한진해운이 현재까지 추가로 확보한 자금은 조 회장이 낸 400억원뿐이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약속한 100억원을 보태도 500억원에 불과하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의 운항 중단을 푸는 게 중요한 데 어차피 79척을 한 번에 풀 수는 없다”며 “돈이 조금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 급한 곳부터 하역 작업을 벌이고, 밀린 대금도 얼마나 지원할지를 두고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투명해진 대한항공 600억원 지원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지만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내기로 한 600억원의 실제 집행이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사재 출연과 함께 대한항공을 통해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조건부 지원’을 의결했다. 한진해운이 지분 54%를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TTI)을 담보로 잡는 조건으로 600억원을 빌려주기로 한 것.

문제는 롱비치터미널에는 이미 6개 해외 금융사 담보가 걸려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 추가로 담보를 잡으려면 이들 금융사가 동의해줘야 한다. 롱비치터미널 2대 주주인 세계 2위 해운사 스위스 MSC(지분 46%)의 동의도 구해야 한다. MSC는 한진해운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팔 경우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한진해운은 아직까지 이들 금융사나 MSC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한진해운에 짐을 맡긴 화주(貨主)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화주는 하역 때까지는 선박에 있는 화물을 건드리지 못한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부 화주는 “한진해운이 내야 할 하역비나 운송비를 우리가 대신 낼테니 빨리 화물을 가져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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