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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과 중국계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PCA생명의 매각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데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문제가 맞물리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명보험사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CA생명 인수에 나선 후보들은 내부적으로 PCA생명의 적정 가격을 장부가격(약 3000억원) 대비 0.5~0.7배 수준까지 낮춰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PCA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인수경쟁이 격화되면 예상 매각 가격이 장부가격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PCA생명 매각이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데다 IFRS4 2단계 등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해 누가 인수하더라도 PCA생명을 인수한 뒤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하는 점이 부각되면서 매각가격이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설계사가 700여명으로 영업 조직이 크지 않다는 점, 시장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는 점, 경쟁 업체에 비해 보험대리점(GA)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 등도 실사 과정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PCA생명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20억원이다.
최근 3년간 실제 거래된 생보사의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높지 않았던 것도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올해 안방보험에 35억원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인수 후 투입될 자본이 더 많다는 점 때문에 기존 장부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2014년 NH금융지주를 거쳐 DGB금융지주에 매각된 우리아비바생명도 장부가 대비 절반도 안되는 0.44배에 매각가가 결정됐다.
국내는 아니지만 2013년 SBI홀딩스에 매각된 PCA생명 일본법인의 경우에도 장부가 대비 0.56배에서 매각가격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보고인베스트먼트가 안방보험에 매각한 동양생명이 장부가 대비 0.96배로 유일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팔렸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어급 M&A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ING생명 매각이 장기화되는 등 갈수록생보사 매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PCA생명의 경우 두 후보가 모두 인수 의지가 강한 편이지만 인수가격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계 인수 후보의 실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매각가격이 예상을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측은 중국계 SI가 미래에셋생명보다 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점을 감안해 다음달 초까지 실사를 진행토록 허용했다. 중국계 SI는 실사를 마치는대로 최종 입찰 가격을 써낼 예정이다.
PCA생명은 2002년 2월 영국 푸르덴셜그룹이 영풍생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생보사다. 올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약 3000억원이며 주로 변액 보험 판매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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