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경북 경주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습니다. 규모 5.8의 지진은 노후한 건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세기입니다.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불국사와 석굴암 등 경주에 밀집한 국보급 문화재가 크게 파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문화재가 밀집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습니다.
불국사 다보탑의 옥개석과 불국사 대웅전의 기와가 일부 파손되긴 했지만 다행히도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 내남면 화곡리 화곡저수지 인근은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산속입니다. 보갓산 탈바꿈산 오리발산 등 해발 200m 안팎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진앙지를 에워싼 산들이 지진 충격을 흡수해 큰 피해를 막아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주 시내 및 왕릉을 비롯한 대부분 문화재가 형산강 동쪽에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진앙지는 형산강 서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진앙지 반경 2㎞ 안에는 사적 제23호로 지정된 신라 경덕왕릉을 제외하면 문화재도 없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진앙지와 직선 거리로 불과 1㎞ 떨어져 있는 경덕왕릉도 파손 등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라 35대 임금인 경덕왕(재위 742~765년)은 통일신라 시대 찬란했던 문화 융성기를 연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관리들의 풍기를 단속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관리들의 감찰을 담당하는 관직을 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758년에는 60일 이상 휴가를 얻은 관리는 내직이나 외직이나 모두 해직으로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기록도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국통일 이후 혼란했던 각 지방의 행정체계를 개편히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불국사, 석굴암 등도 경덕대왕 때 만들어졌습니다. 흔히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국보 제29호)도 경덕왕이 부왕이 성덕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경주 지진 때 불국사, 석굴암은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은 문화재를 죽어서도 보호하려고 한 것일까요. 이번 지진 강도 대비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던 것은 신라 시대 태평성대를 연 왕으로 불리는 경덕왕의 은덕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네요.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지진 피해가 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끝) /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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