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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중소기업부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딜레마’에 빠졌다. 중소기업청이 중기중앙회에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의 검찰고발’ 등을 요청해서다. 형님이 아우한테 자식을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중앙회는 어느 손을 들어줘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이다.
14일 중기청과 중기중앙회 등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최장 2개월 이내에 중기청의 요청을 수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중기청은 지난달 16일 중기중앙회 감사 결과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며 강 대표에 대한 검찰 고발을 중기중앙회에 요청했다. 중기청이 중기중앙회를 감사하고 검찰고발 조치를 요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기중앙회는 홈앤쇼핑 지분 33%를 보유한 대주주다.
중기청이 강 대표의 배임을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중기중앙회의 자회사인 홈앤쇼핑이 면세점 컨소시엄의 최대주주 지위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과 보유 지분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점이다. 홈앤쇼핑은 2014년 에스엠면세점 설립 당시 지분 27%를 보유했다. 이후 에스엠이 인천국제공항면세점 특허를 얻은 후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허권을 획득한 후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상?임에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사실상 홈앤쇼핑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에스엠 지분을 처분한 가격도 문제가 제기됐다. 홈앤쇼핑은 보유지분을 액면가 그대로인 4억원에 매각했다. 중기청은 당시 에스엠의 기업가치가 7077억원에 달한다는 증권사 분석을 토대로 홈앤쇼핑이 너무 싼 가격에 지분을 넘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는 강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홈앤쇼핑이 면세점 사업을 포기했던 게 더 득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면세점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사업자들의 경우 모두 손실을 입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스엠은 14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것도 경영상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홈앤쇼핑이 에스엠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려면 최소 210억원에서 400억원가량의 자금이 더 필요했다. 면세점 사업이 하나투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백원대 투자금은 무리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중기중앙회 입장에서는 중기청의 요청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급기관(중기중앙회)이 상급기관(중기청)으로부터 받은 감사 결과를 불복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기청으로부터 정책·자금 지원을 받는 중기중앙회로서는 어떤 결정이 됐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기청과 중기중앙회의 이번 갈등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영홈쇼핑을 운영 중인 중기청이 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전 작업을 벌이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7월 공영홈쇼핑을 개국했다. 홈앤쇼핑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1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끝) /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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