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 몬사토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 옳은 결정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엘은 올해 5월부터 몬산토와 인수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14일 660억달러(약 74조원)에 몬산토 인수를 합의했다. 올해 이뤄진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바이엘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번 거래는 현금 M&A으로 역대 최대이기도 하다.
FT는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 의사를 처음 밝힌 지난 5월11일 이후 바이엘 주가는 약 8% 하락했다”며 “제약 및 헬스케어 전문회사인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회사가 되려는 것에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성장세가 정점에 달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농지의 90% 이상에서 GMO가 쓰이고 있어 예전과 같은 폭발적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바이엘이 제시한 인수가 660억달러는 몬산토의 진짜 가치보다 60% 가량 부풀려졌다”고 진단했다.
바이엘이 지게 될 재무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몬산토 인수로 바이엘의 순부채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네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현재 ‘A’인 바이엘 신용등급을 ‘BBB+’ 두 단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주의자들의 반발과 유럽과 미국의 서로 다른 기업 문화도 양사의 순조로운 합병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몬산토는 GMO 사업 탓에 독일에서 ‘프랑켄푸드’를 만드는 악마 기업이란 오명을 듣고 있다. 바이엘 본사가 있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크리스티안 마이어 환경장관은 “모든 정치적 법적 수단을 동원해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FT는 “1998년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 합병이 실패한 전례가 있다”며 “바이엘과 몬산토 역시 다른 기업문화로 인해 비슷한 운명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