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생활경제부 기자) 얼마전 롯데에 대한 칼럼을 썼습니다. 제목은 ‘롯데사태와 평판사회(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90752721&intype=1)’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롯데는 왜 검찰의 타깃이 됐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판자본이 부족한 것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약한 고리였던 셈이지요. 그래서 약간 억울해 보이는 수사를 당하고, 검찰이 피의사실을 과장해 공표해도 동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칼럼이 나간 후 롯데의 한 임원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물었습니다. “김 기자 얘기가 맞는데요,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재주 부족으로 한정된 분량의 칼럼에 넣지 못한 내용을 그 임원은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대안이 뭔데”라고 묻고 있었습니다. 휴일자 인터넷에 쓸 기사를 올리라는 부장의 ‘압력’도 있고 해서 이 코너를 통해 답을 할까 합니다.
제 생각과 가장 가까운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합니다. 잭 웰치와 피터 드러커 얘기입니다.
잭 웰치는 1981년 GE의 CEO가 됐습니다. GE가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잭 웰치는 CEO가 된 직후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를 만났습니다. 질문했습니다. “제가 큰 회사를 맡게 됐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터 드러커는 되물었습니다. “새롭게 회사를 시작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그래도 그 많은 사업을 다 하시겠습니까?”. 잭 웰치는 “아마 많은 사업들은 하지 않겠지요”라고 말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웃으며 “그게 답입니다”라고 했답니다. 새로 기업을 세운다면 하지 않을 것 같은 사업을 정리하라는 얘기로 잭 웰치는 이해했습니다. 세계 1,2위를 하지 못할 사업부를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쳐라, 매각하라, 안 되면 폐쇄하라”는 그의 경영철학은 이 대화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1982년부터 1995년까지 그가 팔아치운 사업부는 232개였습니다.
이를 롯데에 대입하면 롯데의 평판을 쌓는 작업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수 있을 듯 합니다. 과거 롯데의 관행과 전통은 버려도 된다는 것이지요. 글로벌, 혹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수준의 전통과 관행이 아니면 고치고, 폐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격 당해도 아무도 안타까워 하지 않고, 아무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전통이라면 무의미하다고 하면 좀 과할까요. 시대도 변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계자입니다. 그러나 신격호의 롯데가 성장한 시대와, 신동빈의 롯데가 커가야 할 시대는 전혀 다릅니다. 지금부터라도 평판의 진원지가 되는 직원, 소비자, 협력사와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맺는 것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평판에 대한 워렌 버핏의 말로 글을 맺습니다. “명성을 쌓는데는 20년 걸리지만 그것을 날리는데는 5분이면 족하다.” (끝) / junyk@hankyung.com
* 이미지는 네델란드 화가 피터 브뢰헬이 그린 ‘이카루스의 추락’입니다. 그림 오른쪽 하단에 바다에 떨어진 이카루스의 발이 보이는데 농부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 일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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