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 증권부 기자) ‘전투에선 졌지만 전쟁에선 이긴다’
지난 5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결정 이후 신한금융투자에서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입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 사태에도 증권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6.98% 급락한 지난 12일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까지 증권사 23곳 중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린 곳은 단 1곳도 없습니다. 미래에샛증권은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설 기회라고 분석했습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세계 증권가의 ‘반도체 랠리’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3분기 실적을 이끌 것이란 분석은 이전부터 나왔지만 반도체는 B2B(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갤럭시노트7’의 초반 흥행 돌풍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2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16개 대표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 1일 2001년 이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죠.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47.4%)를 차지하고 있으며 3차원(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1위 업체로서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2018년이면 애플 아이폰의 부품 44%가 삼성전자 부품으로 채워질 것이란 분석(SK증권)도 나옵니다.
애초부터 삼성전자는 주력 모델이 아닌 ‘갤럭시노트7’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7’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카드’였을 뿐, 생산량이나 마진이 주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S시리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죠. 예약 판매가 과열 양상을 보일정도로 뜻밖의 인기를 끌자 마케팅 강화에 나섰지만 3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모바일보다는 반도체에 달렸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비용을 1조~2조원 사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 23곳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000억원 정도 줄어들었을 뿐입니다. 반도체 실적 기대가 높아지면서 격차가 크게 줄었죠.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영업이익을 아예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주당 가치는 155만원으로 분석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단기적 실적 부진보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가 삼성전자의 향후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달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의 부회장의 오너 경영에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끝) / bebop@hankyung.com
모바일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