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 증권부 기자)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폭풍전야’ 분위기입니다. 두 회사가 올해 안에 합칠 예정이기 때문이죠. 한 회사가 되면 임원 자리도 두 개에서 한 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장 자리부터 하나로 줄어듭니다. 인사 개편과 맞물려 조직도 새롭게 짜입니다. 누군가는 짐을 싸야합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일자리가 걸린 문제입니다. 통합법인의 자리를 놓고 두 회사 임직원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합법인 자기자본이 증권업계 3위로 올라가는 등 회사 위상이 올라가는 만큼 다른 증권사 임직원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를 주름잡다가 직을 잃고 여의도를 맴도는 재야의 고수들이 많다”며 “이들도 통합 증권사에서 한자리 꿰차길 기대하는 눈치”라고 말했습니다.
통합법인 사령탑으로는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54)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52)은 물론 KB금융지주 임원, 전직 증권사 사장을 지낸 인물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 대형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대표도 후보군으로 꼽고 있죠.
IB사업부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통합증권사는 KB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과 4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토대로 IB 시장에서 위상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하며 ‘IB 3강(强)’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IB 수장을 놓고 여러 증권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입니다. 통합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두 회사의 임직원들은 애써 심란한 마음을 감추고 있지만 불안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 임원은 “내 자리는 없어도 되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회사 합병을 주도하는 KB금융지주가 신속하면서도 적재적소의 인사를 펼치길 기대합니다. 짐을 싸야 하는 임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의 품위와 위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으면 합니다.(끝) /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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