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모두 성공할 확률 1% 불구
사업 이해 폭 넓어 스트레스 덜해
창업지원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다양한 창업자를 만난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는 널려 있고, 연인 창업, 부부 창업, 부자 창업 등 가족 창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특이한 경우는 ‘부부 각자 창업’이다. ‘남편 따로, 부인 따로’ 창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부가 성공할 확률이 각각 10%라면 부부 모두 성공할 확률은 1%에 불과하다. 확률이 이렇게 낮은데도 도전하는 부부 창업자가 꽤 있다.
부부 각자 창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황희승+이혜민 부부와 양주동+이효진 부부를 꼽을 수 있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 이혜민 핀다 대표는 서울 대왕중학교 짝꿍이었고, 양주동 제이디랩 대표와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포항공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두 커플 모두 남편이 먼저 창업했고 부인이 대기업이나 은행을 그만두고 나와 따로 창업했다.
이혜민 대표는 따로 창업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황 대표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STX 지주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황 대표와 나는 성향이 비슷했다. 그래서 따로 창업했고 각자 약점을 보완해줄 파트너를 찾아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금융 전문가인 박흥민 씨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황 대표는 윤신근 씨와 공동대표로 잡플래닛을 이끈다.
이효진 대표는 우리은행에 8년 다니다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싶어서” 무작정 그만뒀다. 고민 끝에 실리콘밸리를 둘러봤고 개인 간(P2P) 대출 기업인 8퍼센트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창업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란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가 따로 창업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이효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은행에 다니던 시절 휴가 하루 전 남편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함께 떠나려던 계획이 깨진 적이 있다. 혼자 2박3일 여수를 다녀왔는데 서운했다. 지금은 서로 그러려니 한다. 내가 주말에 일할 때는 남편이 아기를 봐 준다.”
부부 공동 창업과 각자 창업에는 장단점이 있다. 공동 창업은 온종일 같은 일을 하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의견이 엇갈릴 때는 가정불화가 직장 불화로 이어지기 쉽다. 부부 각자 창업의 경우엔 이런 문제는 없다. 공동 창업이든 각자 창업이든 ‘개고생길’이란 점에서는 같다. 그 힘든 일을 해내는 부부 창업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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