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 체제보장 못한다는 사실 북한에 인식시켜야 새 대화 열려"
[ 홍영식 기자 ]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20일 “북한에 핵이 체제보장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고히 인식시켜야 새 차원의 대화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빈하이 동북아평화발전포럼’에서 ‘한반도의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주되 포기시킬 것은 분명히 포기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그동안 수많은 대북 제재나 결의는 북한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며 “북한의 인식 변화가 없는 한 6자회담이 재개돼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방어적 조치로 완벽하지도 않다”며 “이마저도 도입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위협 앞에 어떤 자위책을 강구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사드 배치에 걸리는 앞으로 1년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벗겨낼 마지막 협상 타결 시간”이라며 “한반도에 핵도, 사드도 반대하는 중국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준전시 상태가 됐고,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가 신냉전 구도로 편입되고 있다”며 “전쟁이 발발하면 바로 국제전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일으킨 쪽은 반드시 권력이 교체된다. 이것이 구냉전과 신냉전 체제의 차이”라며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6자회담 당사국들은 한국만큼 절실하지 않았다”며 “그러니 성과도 진전도 없었다. 이제야말로 관련 당사국들이 북한 핵·미사일 해결이 당면한 나의 문제라는 자세에서 접근해야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또 실패하면 그것은 바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전체의 실패요, 그 결과는 인류의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빈하이 포럼에 3년 연속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았다. 빈하이 포럼은 중국인민외교학회 등이 주최하는 국제회의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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