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휴대폰 '눈' 개발하다 특허 눈 떠…기술개발 경험살려 자문"

입력 2016-09-20 18:39  

로스쿨변호사 시대 (9) 김정욱 법무법인 폴라리스 변호사

산업공학도의 법조인 변신
대한변협서 변호사 생활 '첫 발'
SW전문가협회 단독 자문 맡고 로스쿨 출신 법조인협회장 활약

"법학 논리적인 공학과 닮아 기술·경영 간극 메우는 변호사 꿈"



[ 고윤상 기자 ] “기술 전문가와 기업 경영자는 기술에 대한 가치판단과 이를 대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변호사들은 이 차이를 알고 종합적인 법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관리하며 휴대폰 속 신기술을 개발하던 연구원이 2500여명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대변인 변호사’가 됐다.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인 김정욱 법무법인 폴라리스 변호사(37·변호사시험 2회) 얘기다. 로스쿨 출신으로 이뤄진 한국법조인협회는 비(非)법정단체로는 최대 변호사 모임이다. 연구원이던 그가 어떻게 로스쿨 변호사 모임 회장까지 맡게 됐을까.

김 변호사는 성균관대 산업공학과(현 시스템경영공학부)를 졸업하고 2005년 같은 학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졸업 후 LG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업체에 입사했다. 휴대폰 신기술 개발이 주 업무였다. 액체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휴대폰용 소형 렌즈를 개발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세계에서 누구도 해보지 않은 기술이었다. 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특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김 변호사는 “연구원으로 3년 넘게 일하며 머리카락은 하얘지고 목디스크에 걸렸다”며 “새로운 길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특허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마침 생긴 로스쿨 제도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퇴사한 김 변호사는 2009년 서울시립대 로스쿨 1기로 입학했다. 법 공부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과와 법이 맞닿아 있음을 느꼈다. 김 변호사는 “산업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논리적으로 ‘최적화’ 과정을 생각하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며 “이과적 논리성이 법적 논리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김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14년 초 대한변협의 사무차장을 맡았다. 대한변협의 상근 변호사 3명 중 한 명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그 후 수개월 동안 대한변협 세월호 특별위원회에서 세월호 사건을 법률 자문했다. 변협 일을 마친 뒤에는 법무법인 광교에서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달에는 법무법인 폴라리스에 경영파트너 변호사로 스카우트 됐다. 폴라리스에는 20여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경영자 6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전문가협회(IPAK)의 단독 자문 변호사로도 활약 중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변호사는 “기업경영·기술·법을 이해해야 종합적인 법률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특허·상표·지식재산권 분쟁 등에서 전문지식과 기업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변호사들의 대표 격인 김 변호사는 스스로도 특성화된 변호사라 자부한다. 김 변호사는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한 로스쿨 변호사들이 사회의 여러 법률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소비자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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