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락시장 '도매 담합' 조사

입력 2016-09-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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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판매수수료 부풀린 혐의

도매법인 4곳 '짜맞춘 듯' 수익 엇비슷

판매장려금 요율 모두 같아 '땅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 등 거래구조 정상화 기대



[ 황정수 기자 ] 배추값 폭등으로 복잡한 농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탁판매수수료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 네 곳을 전격 현장 조사했다. 가락시장은 연간 4조원 규모의 농산물이 거래되는 국내 최대 농산물시장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달 말 중앙·한국·동화·서울청과 등 서울시에서 가락시장 농산물 위탁판매를 허가받은 네 개 도매법인에 대해 현장조사를 했다. 공정위 조사관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각 업체에서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담합 증거 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도매법인이 농민으로부터 받는 위탁판매수수료율을 수년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회피했다는 혐의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 수수료율이 농산물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도매법인들은 외환위기 이후 이어진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라며 담?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조사 대상 도매법인들은 농민으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중간도매인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 거래금액(낙찰가)의 4%를 위탁판매수수료 명목으로 농민에게서 받는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몇 년간 일정하게 유지된 수수료율이 업체들의 ‘담합’으로 인한 것인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도매법인이 중간도매인들에게 ‘농산물을 구입해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요율을 담합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판매장려금 역시 네 곳 모두 위탁수수료의 15%로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법인이 농민으로부터 받는 위탁판매수수료율을 낮추지 않고 판매장려금률을 높이지 않기로 합의하면 유통 과정에서 경쟁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조사 대상 법인들의 작년도 위탁판매수수료 수익은 중앙청과(330억4604만원), 한국청과(328억6994만원), 서울청과(328억2788만원), 동화청과(324억9624만원) 등이 엇비슷했다.

조사를 받고 있는 도매법인 네 곳은 위탁판매수수료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을 회피하려는 목적의 ‘담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지도를 통해 수수료율과 장려금률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농민의 위탁 수량 등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도매법인 관계자는 “공정위가 시장의 유통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조사에 나온 것 같다”고 痔浩杉?

공정위 조사가 도매법인들의 농산물 위탁판매 과점 구조를 깨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00년 제정된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 23조에 따르면 서울시 등 도매시장 개설자는 농식품부 장관이나 해양수산부 장관과 협의 후 조례에 따라 일정 수의 도매법인을 지정한다.

이에 따라 서울 가락시장엔 총 6개의 도매법인이 16년째 ‘그들만의 리그’를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경쟁제한적 시장에 대한 ‘개선권고’ 권한이 있는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도매시장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다.

도매법인들 의 담합 혐의가 입증되면 ‘농가→도매법인→중간도매인→마트→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추값 등 농산물값이 폭등할 때마다 ‘다단계 유통구조에 따른 마진 때문에 농산물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는 2013년 도매시장 거래를 줄이고 직거래를 활성화하겠다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도매법인 허가제’가 유지되면서 대책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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