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줄어들어
대면보고 하기도 쉽지 않아
[ 도병욱 기자 ] 2015년 1월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장관들과의 독대가 너무 적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옆에 배석한 장관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게 필요하다고 보세요?”라고 반문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졌고 웃을 수 없는 장관들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장관들에게 대통령과의 독대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배석자 없이 대통령과 단둘이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붙는다. 이명박 정부 때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A씨는 “독대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이 나를 신뢰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정책을 펴는 데 은근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기 청와대 수석으로 발탁된 한 인사도 정부 출범 직전 내정 통보를 받은 뒤 곧바로 전갈을 받았다. 삼청동 ‘안가’로 오라는 것이었다. 가보니 당시 박근혜 당선인 혼자 앉아 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시간 동안 주요 현안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그는 “시선을 마주한 채 한참을 얘기하고 나니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이 새로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장관 가운데 대통령과의 독대는커녕 대면보고조차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대면보고 기회가 주어지는 장관은 소수다.
경제부총리는 그나마 주례보고란 게 있었다. 매주 목요일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오석 전 부총리 이후 없어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면보고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경제수석 등 정책라인 참모들의 배석 아래 보고가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경제부총리조차 각종 현안을 놓고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제한돼 있다.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에 따르면 이 정부 들어 장관으로 발탁된 친박(친박근혜) 정치인 출신조차 대통령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 전직 참모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묻는 방식의 소통을 대통령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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